바르샤vs레알…카탈루냐 둘러싼 장외 ‘엘 클라시코’

입력 2017-10-02 18:27 수정 2017-10-02 19:32
사진=FC 바르셀로나(위), 레알 마드리드(아래) 웹사이트

본래 ‘엘 클라시코’(El Clásico)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양강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를 뜻한다. 세계 최강의 라이벌인 두 팀의 경기는 매번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엘 클라시코’가 벌어졌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두고 스페인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편에,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정부 편에 선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1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라스팔마스와의 2017-2018 라리가 7라운드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이는 같은 날 겹친 카탈루냐 독립투표와 무관치 않다.

앞서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독립투표를 이유로 라리가 측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경기가 강행되면 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 시위대가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 표시로 무관중 경기를 열었다. 카탈루냐주에 속한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독립을 공개 지지하진 않았지만, 독립투표가 정당하다는 입장은 분명히 해온 바 있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상대인 라스팔마스 선수들은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스페인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카탈루냐 독립에 맞서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바르셀로나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2골을 넣어 3-0 완승을 거뒀지만 어떤 함성도 듣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독립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경찰력을 투입해 강경 제압한 스페인정부를 향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카탈루냐 시민의 표현의 자유가 탄압된 소식을 들었다”며 “민주적 권리를 막기 위해 벌인 사건들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탈루냐의 모든 구성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FC 바르셀로나 웹사이트

독립투표 지지 의사를 밝혀온 바르셀로나의 헤라르드 피케는 경기 후 “오늘은 프로축구 선수로서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카탈루냐인이고 카탈루냐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며 “감독이나 연맹이 내가 스페인 대표팀에 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대표팀에서 빠져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가 라스팔마스와의 경기가 있던 날, 레알 마드리드는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에스파뇰과의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에스파뇰은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한 팀으로, 카탈루냐 독립 투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홈 관중에게 스페인 국기를 나눠줬다. 라스팔마스가 그랬듯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경기장에는 레알 마드리드 관중들은 국기를 휘날리며 흡사 A매치를 연상케 했다. 이들은 국가를 합창하며 카탈루냐 독립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전반 12분 무렵에는 기다란 띠 모양의 스페인 국기가 구장을 뒤덮었다. 이에 맞선 에스파뇰 관중들은 카탈루냐기를 펼쳐 들며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