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인 FC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독립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경찰력을 투입해 강경 제압한 스페인정부를 향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바르셀로나는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성명을 내고 “우리는 카탈루냐 시민의 표현의 자유가 탄압된 소식을 들었다”며 “민주적 권리를 막기 위해 벌인 사건들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탈루냐의 모든 구성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1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시도했다. 카탈루냐정부는 과반수가 찬성하면 48시간 내로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페인정부는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간주한다”며 “모든 자원을 이용해 카탈루냐 도발에 대응하겠다. 우리는 스페인 정부다”라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카탈루냐정부가 독립 투표를 강행하자 스페인정부는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2300여개 투표소 중 319개가 경찰에 의해 폐쇄됐고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폭행도 일어났다. 경찰관들이 주민들의 머리채를 잡아끌거나 계단 아래로 집어던지는 화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찰은 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자치정부 측은 경찰의 진압으로 80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치정부 측은 투표 종류 후 투표자의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며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오면 분리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페인 중앙정부 측은 투표 자체가 위헌이라며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차비 에르난데스도 스페인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민주적인 나라에서 투표 탄압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평화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The scoreboard today at Camp Nou
— FC Barcelona (@FCBarcelona)
한편 카탈루냐 독립 투표 여파로 2017-2018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라스팔마스의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바르셀로나는 주민투표를 이유로 경기 연기를 스페인리그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항의 표시로 무관중 경기를 열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2골을 넣는 등 라스팔마스에 3-0 완승을 거뒀지만 어떤 함성도 듣지 못했다.
이날 라스팔마스 선수들은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스페인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카탈루냐의 독립에 맞서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바르셀로나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종의 카탈루냐 독립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셈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