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재판 시작, "아들 김한솔 아버지 죽은 뒤 신변 보호 요청"(WSJ)

입력 2017-10-02 11:16 수정 2017-10-02 12:29
김정남 암살 용의자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왼쪽)와 베트남 출신의 도안 티 흐엉.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됐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이 아버지가 암살된 후 여러 국가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세습 왕조의 가계도.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AP통신은 김정남을 독살한 혐의로 구속된 2명의 여성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범행 후 거의 8개월만인 2일 (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의 도안 티 흐엉은 지난 2월 13일 쿠알라 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금지된 VX신경가스를 뿌려 20분 만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몰래 카메라 쇼를 위해 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해왔다.

두 여성용의자가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을 받을 수 있지만 재판에서는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여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망 원인을 규명할 의학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은 2개월 가량 진행된다.

AP통신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인사들을 암살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김정남은 동생과 정권을 두고 경쟁을 벌일 의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공개적으로 자신 가문의 세습에 대해서는 비판을 한적이 있다. 북한은 그동안 ‘죽은 남자’가 김정남인지도 몰랐다며 살해 관련설을 부인해왔다. 북한은 김정남의 사인은 심장 마비라며 말레이시아 당국이 남한과 그 밖의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들과 공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의 조카이기도한 김한솔(21)이 아버지의 사망 직후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은 자신이 북한 정권의 다음 암살 타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개 때문이라고 번했다.

 WSJ은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과 그 자녀인 김한솔 및 솔희 남매의 피신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천리마 민방위' 관계자를 인용했다. 당시 마카오에 머물고 있던 가족들은 김정남 암살 직후 천리마 민방위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천리마 민방위’ 관계자들이 마카오에 머물고 있던 김한솔 남매와 그의 어머니 등 김정남 유족 3명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