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다르고 국무장관 다른 말, 미국의 북핵 해법은 뭘까

입력 2017-10-02 10:24
“도대체 누구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야!”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대통령과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국무장관의 말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제재를 강조하며 군사 옵션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을 얘기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의 문은 열려있지만 영원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정리하고 나섰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앞장서서 ‘말 폭탄’을 던지며 북한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참모들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그냥 봐 넘기지 않을 테니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구슬리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드대회에서 우승한 미국 대표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잇따라 올린 트위터 글을 통해 틸러슨 장관에게 북한과의 협상이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리틀 로켓맨은 김정은을 지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당신의 기운을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올린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정책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왜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클린턴이 실패했고, 부시가 실패했고, 오바마가 실패했다”면서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중국을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만난 이후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채널과 1.5 반관반민 채널 등에 대한 추축이 난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했던 협정의 자체 버전을 만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도 노력하고 있다는 첫 징후”라고 반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협상할 시기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있는 외교 채널의 초점은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들의 송환을 보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중재자로는 미국 국부무 대변인이 나섰다. 현재 미국 정부의 입장이 정리된 내용으로 보인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역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재로선 외교적 채널이 열려있지만 영원히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방법을 쓰게 될지, 물리력을 쓰게 될지는 그 정권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