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행소 왱]
“야, 너 시골 갈거냐? 못가지?”
“시골이 뭐! 사는 게 내 고향인데!”
추석 연휴 이틀째인 1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있던 김씨 할아버지가 박씨 할아버지를 놀렸습니다. 정작 본인도 이번 추석 연휴를 혼자 보내야하는데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러 고향에 가서 서울 시내는 한산했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추석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오히려 명절만 되면 더 큰 외로움이 몰려옵니다. 그런 노인들이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두부 한 모에 막걸리를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박씨 할아버지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향이 있어도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임씨 할머니도 이번 추석을 혼자 보내야 합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맨날 혼자 밥 해 먹고 똑같이 사는 거지 (추석이라고) 별 볼일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자녀에 대해 묻자 “저기 인천에 사는데 그럭저럭 사는 줄 알고 있어”라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죠.
쪽방촌에서 15년을 산 문장석(65) 어르신은 이번 추석을 교회에서 보낼 계획입니다. 그는 “부모는 다 돌아가셨고 형제들도 뿔뿔이 헤어져서 시골에 갈 수가 없다”면서 “막말로 돈도 없고 (기초생활) 수급 받는데 맨날 마이너스”여서 명절에 가족을 만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장석 어르신처럼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129만4000가구에 달합니다. 가족과 단절돼 생활하는 홀몸노인의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대부분은 이번 추석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셔야 합니다.
김씨 할아버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윷놀이하고 장기 두고 뭐 그런 거 할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보내야지”라며 추석 당일 쪽방촌 식구끼리 서로 다독이기로 했지만 그래도 가족 생각이 많이 나실 겁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소외감을 덜 느끼며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말동무라도 해드릴 이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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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제작=홍성철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