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뵌 고향 부모님 "이럴때 치매 의심"

입력 2017-10-02 01:00 수정 2017-10-02 01:00

긴 추석 연휴기간 고향집에 오래 머물면 부모님의 건강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치매는 자녀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환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1일 “오래 살게 됐을 때 가장 두려운 병이 뭐냐고 물어보면 노인 10명 중 8명은 치매라고 답한다”면서 “요즘은 노부부가 함께 치매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고향 방문시 부모님의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는지, 계산을 못하시는지, 사람을 잘 못 알아보시는지, 성격이 변해 예전보다 말을 안 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이 하시는지, 괜히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는지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은 치료되지 않은 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는 치료될 수 없는 병이 아니다. 약 10%의 치매는 완치 가능하다. 치매 중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직 완치할 수 없지만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가족이 힘들어하는 난폭 행동, 수면 장애, 의심, 환청, 우울 등 정신행동 증상은 치료에 잘 반응한다.
 
 부모님의 말이나 행동에서 어떤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병원을 찾아야 할까.
 주변 사람이 느끼기에 이전에 비해서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주의해서 봐야 한다. 
 특히 최근 나눴던 대화 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검사를 꼭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 기억의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옛날 일을 시시콜콜 잘 기억한다고 해도 요즘 있었던 일을 자꾸만 잊는다면 문제가 된다. 초기에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또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고 하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하는 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 수가 줄어든다.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들이 서툴러지는 증상도 치매 초기에 흔히 나타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어쩌다 한번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전문가 진찰이 필요하다. 
 
 이동영 교수는 “이런 지적 능력 저하 외에도 치매 초기에는 우울해지거나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면서 “지속적으로 의욕이 줄고 짜증이 늘었다면 먼저 우울증을 의심해야 하지만 노년기에 이런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면 치매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유없이 의심이 늘었거나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정보는 본인이 관찰할 수도 있지만 평소 부모와 함께 사는 친척, 동네 이웃에게 물어봐도 많이 얻을 수 있다. 
 김종성 교수는 “예컨대 외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해 동네에서 헤맨 적이 있거나, 이유 없이 사람을 헐뜯고 의심한 적이 있었는지 알아 낼 수 있다”면서 “추석연휴동안 고향에 머물면서 이웃이나 친척, 지인들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모든 병과 마찬가지로 치매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 찾기가 주저된다면 가까운 지역 치매지원센터나 전국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무료 치매 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