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기 사고 예비역들 주장이 옳았다?… '도비탄' 아닌 '직격탄' 가능성

입력 2017-10-01 10:14

강원 철원군 한 군부대 사격장 인근에서 진지공사 후 부대로 복귀하던 중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이모(22)일병의 두개골 속에서 부서진 탄환 조각들이 발견되면서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지난 2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일병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跳飛彈)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딱딱한 물체 등에 부딪혀 튕겨나간 것을 말한다.

하지만 30일 부검 결과 이 일병의 두개골 속에서 탄환의 부서진 조각들이 발견되면서 사인은 도비탄이 아닌 직격탄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형을 유지하던 탄환이 머리에 맞으면서 조각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만약 도비탄이 아닌 직격탄이 사망 원인이라면 누군가 이 일병이 피격된 장소를 향해 총구를 겨눠 사격했다는 말이 된다.

군 당국은 이 일병 사망 당시 사격 중이던 병사들의 총기 12정을 확보해 정밀감식에 나서는 한편 훈련 중 사격장 외부를 향해 직접적인 사격을 실시한 병사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당시 병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다.

강원지역 한 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역 간부는 뉴시스에 “부검 결과를 들어보면 도비탄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직격탄이라면 분명히 누군가 사격장 외부로 사격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사격훈련을 실시할 때 사격 통제관과 부사수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사격을 실시하는 사수를 지켜보고 있었을 텐데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전역한 예비역 간부는 “사격훈련 지휘통제를 많이 해봤지만 부사수는 사수가 몇 발을 쐈는지 사격소리와 표적지를 쳐다보며 체크하기 때문에 사격장 외부로 총이 발사된 사실을 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들이 나오면서 해당 부대는 사격 훈련 통제 부실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4시10분쯤 이 일병은 이날 소대장과 부대원 등 28명과 함께 진지공사를 마치고 걸어서 부대로 복귀 하던 피격당했다. 당시 이 일병이 이동한 통로는 평소 이용하던 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길은 인근 부대 사격장과 인접해 있어 사격훈련이 있을 때는 이동이 통제된다.

사고 당일 사격장에선 K-2 소총 사격훈련이 진행 중이었지만 A일병 등은 통제를 받지 않고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사격장과 400m 떨어진 곳이다. K-2의 유효사거리가 460m인 점을 감안하면 총기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구간을 아무런 통제 없이 걸어 다닌 셈이다.

군 당국은 사격훈련 부대와 사격장 관리부대가 인접 부대에 사격훈련을 통보했는지, 인접 부대는 통보를 받은 뒤 이동통제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