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 정권'과 '전전전 정권'을 둘러싼 여야 대결… 추석여론의 평가는?

입력 2017-10-01 08:53 수정 2017-10-01 09:45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을 넘어 전전(前前) 정권인 이명박정부로 향하자 자유한국당은 전전전(前前前) 정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반격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을 한 뒤 자살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가족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권양숙 여사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현 정권(문재인)이 전전전 정권(노무현)의 '한풀이'로 전전 정권(이명박)에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어불성설이자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했다. 적폐청산의 정당성에 '물타기'를 하려는 한국당의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정부여당과 제1 야당은 유례 없이 긴 추석연휴의 밥상머리 여론전에 각각 '적폐청산' 프레임과 '한풀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과거사'를 놓고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추석 이후 국내 정세의 흐름은 여론이 어느 쪽 주장을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 거세지는 ‘과거’의 반격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30일 “정부여당이 추석 상차림에 ‘정치보복’을 올렸다”며 “진보정권의 적폐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말한 대로 적폐청산에 공소시효가 없다면 박연차 게이트 당시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의 640만 달러 수수 사건도 재조사하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관련 특검과 권양숙 여사 등 유족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전날 홍준표 대표의 주장에 이어 연일 공세를 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불법 댓글 공작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점점 자신들을 향하자 측근들은 노무현 정권의 적폐를 언급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성공하지도 못한다”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했다. 이 전 대통령 측 이재오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MB 정권이 잘못됐다면 내가 감옥에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민주당 “적반하장”… 청와대 ‘침묵’

민주당은 정당한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과거 세력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대표는 “한마디로 MB 정부는 사찰 공화국, 공작 공화국”이라며 이 전 대통령 페북글에 대해 “참으로 어불성설이자 퇴행적 정치”라고 비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이 모자란다. 공작정치 진상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전방위 적폐청산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정권에 대한 수사 여부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 청와대가 기획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실체를 확인해 봐야지 미리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과거사 논쟁'… 추석 밥상머리 여론은?

이번 추석의 밥상머리 대화에는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이 빠지지 않고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당은 수세 국면 뒤집기를 노리는 있고, 민주당은 개혁 드라이브 동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과거 정부에 대한 공세가 보수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적폐청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출렁였다. 지난 26~2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65%로 지난주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갤럽은 “최근 안보 이슈와 함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더해져 보수 또는 중도보수층이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적폐청산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철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7일 발표된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2%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찬성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