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30일 시작된 가운데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구치소에서 처음 명절을 맞게 됐다.
추석 당일 일과는 다른 구치소 미결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구치소 미결수들은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교도관 점호를 받고 오전 7시 아침식사를 한다. 추석 당일 아침식사로는 모닝빵과 잼, 샐러드, 수프, 우유가 나온다. 이날 특식으로 송편이 배식 되고 개천절인 3일엔 옥수수, 한글날인 9일엔 맛밤이 특식으로 나온다.
30일 법무부 교정본부(김학성 본부장) 등에 따르면 10일간의 긴 연휴기간을 고려해 수용자 배려 차원에서 토요일인 30일과 7일, 임시공휴일인 2일을 '추석 명절 접견일'로 지정하고 가족 및 지인 일반 접견을 허용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유일한 혈육인 박지만 EG 회장,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여전히 접견 거부 명단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는 접견 거부 인물을 등록할 수 있다.
변호인은 토·일·공휴일에는 접견이 안 된다는 기존 원칙에 따라 유영하 변호사의 접견이 제한되고, 가족 면회는 스스로 거부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접견자 없이 홀로 명절 기간을 보내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매년 명절을 전후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였던 지난 설날에도 양친의 묘소를 살폈다. 그러나 이번 추석 땐 차례조차 지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추석 당일인 오는 4일 아침 전국 52개 교정시설에서는 수형자 합동 차례가 열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마저도 참석할 수 없다. 공범끼리 접촉할 것을 우려해 교정 당국이 형이 확정된 기결수인 수형자만 참석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미결수인 수용자들은 공휴일 일과와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TV를 시청할 수 있다. 추석 당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애국영화로 평가했던 '국제시장'을 특선영화로 본다. 그는 2015년 1월 말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관람하고 눈물을 훔친 작품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내 방송인 보라매방송은 연휴를 맞아 7일 동안 하루에 한 편씩 특선영화를 편성했다. 2∼8일에 아이언맨2, 아이언맨3, 국제시장, 신비한 동물사전, 명량, 기술자들, 부산행 순으로 방송된다.
뇌물 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에 들어간 이재용 부회장도 같은 박 전 대통령과 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연휴가 끝난 12일 예정돼 있는 재판을 위해 재판 관련 기록 등을 살피며 2심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서는 명절 당일 아침으로 모닝 빵, 두유, 양배추 샐러드를 준다. 특식으로 돼지고기 채소볶음이 나온다.
최씨는 이번 명절도 딸 정유라씨와 함께 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씨는 최씨 접견을 시도한 바 있으나 교정당국은 공범관계 및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불허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