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출마’ 유승민, 침몰하는 바른정당 살릴 수 있을까

입력 2017-09-30 10:29

통합파 의원 4명 한국당과 회담서 ‘통추위’ 추진 결정
유 의원 전면에 나서며 ‘11월 전대 무산설’ 소폭 진정
향후 유 의원 리더십 따라 전대 흥행 여부 결정될 듯
유 의원 “통합파 생각 바뀔 여지 있어…최대한 접촉 할 것”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침몰 위기에 처했던 당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일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공론화하며 전대 이전에 바른정당이 깨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팽배한 가운데 당권 도전을 천명한 ‘유승민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의 대표가 돼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고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개혁보수의 희망을 지키겠다”며 오는 11월13일로 예정된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상징 색깔인 하늘색 넥타이를 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유 의원은 “우리가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편안한 새누리당을 뒤로 하고 새 길을 가겠다고 나선 건 낡고 부패한 보수로는 더 이상 국민들께 믿어달라고 할 수 없어서였다”며 “개혁보수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개혁보수의 승리를 위해 제 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전대 출마를 놓고 말을 아꼈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되도록 당의 전면에 서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최근 당내 통합파와 자강파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자강파의 수장인 그도 더 이상은 침묵을 지킬 수 없게 됐다.

특히 김영우 최고위원 등 4명의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27일 한국당의 3선 의원들과 만나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출범을 논의하며 유 의원의 결단은 불가피하게 됐다. 소위 ‘통합 프레임’에 갖혀 전대를 열기도 전에 당이 둘로 나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유 의원의 출마 선언이 필요했다.

유 의원은 “지난 6월 전대를 통해 구성된 지도부가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로 이렇게 될 줄은 저도 몰랐다”며 “통합이다 자강이다 이런 뉴스가 나오고 우리 당이 개혁보수냐 수구보수냐를 결정하는 사이에서 다시 당을 일으켜 세우는게 피할 수 없는 저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유 의원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당내 갈등 봉합이다. 외부에서조차 통합파와 자강파를 구분할 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를 유지하며 지선을 맞이하려면 내부 정리부터 마쳐야 한다.

최근 당내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당이) 그냥 기다리면 누가 자강을 해주나. 어떻게 보수가 자강이 되는 건가”라며 “우리 보수 스스로가 통합이 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견제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오늘 아침 확인해보니 107석인 한국당의 지지율이 13%, 20석인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9%였다. 107석이면서 13%의 비정상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으로 (우리 당 의원들이) 가겠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전 의원총회에서 (통추위와 관련한 주장은) 당이 동의할 수 없는 개인적인 생각인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의원들이 내년 지선과 총선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구청장·시의원·구의원 등이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탈당한 제가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당장 통합을 말하시는 분들도 최대한 솔직하게 대화 해보고 설득을 하다보면 생각이 바뀔 여지는 조금 남아있다고 본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동안 가능한한 많은 의원들과 접촉을 할 것"이라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유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개혁보수의 길로 가는 도중에 명분과 원칙이 있는 진정한 보수 대통합에 대한 가능성은 제게 늘 열려있다”며 “출마 선언문에도 썼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보수가 (대통합의) 길 위에서 언젠간 크게 합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 대상은 한국당에서 뜻을 같이 하는 분, 국민의당에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야권 통합의 구상도 내놨다.

유 의원의 전대 출마 소식에 당 안팎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내 대표적인 자강론자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유 의원의 출마 선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환영한다”며 “썩은 보수와 야합은 보수를 생매장 시키는 것이다. 유승민과 손잡고 낡은 보수 청산, 새로운 보수의 압승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유 의원의 출마 소식을 듣고 “시기는 별로 중요치 않지만 올해 가기 전 (양당이 통합) 되지 않겠나”라며 “(유 의원이 출마를 한다니) 통합시기가 좀 빨라지겠다”고 비꼬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