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툰(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만화) ‘며느라기’가 화제다. 이 시대 젊은 며느리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특히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며느라기의 주인공 ‘민사린’은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남편 ‘무구영’과 함께 맞벌이를 하며 살아간다. 시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챙기고 시댁의 제사를 준비하며, 착하고 예쁜 며느리라는 칭찬을 받는다.
민사린의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민사린이 그들 자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며느리는 자주 ‘인간 민사린’이 아닌 ‘무구영의 아내’가 된다.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온 젊은 여성들은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 해야 하는 의무들에 의문을 갖는다. 무씨 집안 제사에 남성들은 다과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온 민사린과 그 시어머니만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그러한 모순을 가장 잘 짚어주는 장면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불만을 자유롭게 털어놓을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에게 ‘시댁’은 아직까지 어려운 곳, 예의바르게 대해야 할 곳이다. 기존의 며느리상이 자신과 맞지 않다 하더라도 시댁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선 기존의 며느리상을 자처하게 된다. 작가는 이 시기를 며느라기(期)라고 규정한다. 시댁 식구들에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시기를 뜻한다.
남편 무구영 역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통적인 며느리상이 지금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른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린의 희생을 묵인한다. 자신의 집안 제사에 “내가 열심히 도와줄게”라고 하거나, 제사가 끝난 뒤 “부모님 만나는 날만 그냥 그렇게 있어주면 안될까?”라고 말하는 모습은 기성세대의 기대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하는 전형적인 한국 남편의 모습을 드러낸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27일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 전후 열흘 동안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됐다. 2016년 하루 평균 이혼신청 건수가 298건인 것과 비교하면 명절 기간 동안 평소의 2배에 달하는 이혼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특히 명절 직후 3~4일간은 이혼 접수가 매일 700건에서 1000건 사이를 기록했다. 명절에 부부갈등이 최고조로 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 의원은 “부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명절 갈등을 특별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심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이 단지 ‘며느리라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된다면, 젊은 며느리들의 희생에 지나지 않게 된다. 당연한 것은 가족 모두가 개개인을 존중하고 일을 분담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다. 무려 열흘 간 이어질 이번 추석 연휴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인 며느리들이 며느라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