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조카 살해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박용철씨의 유족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친족 간에 일어난 단순 살인사건이나 자살 사건이 아니다”라며 “재수사를 다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용철씨의 유족인 아내 이모씨와 차남 박모씨는 이날 오후 2시 경찰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딱 3가지”라며 “진실을 밝히고, 진짜 범인을 잡고, 저희 아버지와 삼촌(故 박용수씨)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의 최측근이었던 박용철씨는 2011년 9월 27일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에 나가기도 전인 9월 6일 오전 1시 북한산 등산로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박씨의 온 몸에서 칼에 찔린 자상이 발견됐고, 두개골은 둔기에 맞아 함몰돼 있었다.
박씨의 사체가 발견된지 4시간 후인 오전 5시에는 그의 사촌형 박용수씨의 시신도 발견됐다. 그는 박용철씨 살해 현장에서 3㎞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근처 산길에서 목이 매달린채 발견됐다. 시신의 어깨에는 수건이 덮여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지 5일 뒤에 “박용수가 박용철을 살해하고서 죄책감에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박용철씨의 유족들은 박용철과 박용수는 사이가 좋았고 서로 원한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15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진범을 찾아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당시 “육영재단이 박용철씨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됐고, 박용수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법의학 전문가 의견도 있다”며 “박용철씨가 살인청부업자에게 살해당했을 개연성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에 22일 이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당하고 재수사에 나섰다.
차남 박모씨는 이날 사건에 개입한 제3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하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