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접어들면 뱃살과의 씨름이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뱃살이 불어나기 마련인데, 운동과 식이요법에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0~30대와 40대 이상의 복부지방은 확연히 다르다. 점점 더 '관리'가 어려워진다.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이런 중년 뱃살의 원인을 찾아냈다. 중년의 복부지방은 지방 속 특정 세포의 염증 때문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이 염증을 억제하는 약물 성분도 발견했다. 약을 통해 복부지방 생성 원인을 제거해 뱃살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예일대와 테네시주립대, 독일 본대학 공동연구팀은 2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사람은 대부분 중년 이후 체중과 무관하게 복부지방이 늘어나며 쉽게 빠지지 않는다. 지방 형태로 저장된 잉여 에너지를 태우는 효율이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기 때문인데, 연구팀은 복부지방의 신경에 서식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 macrophage)가 그렇게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임을 밝혀냈다.
대식세포는 동물 체내의 모든 조직에 분포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 등을 잡아먹으며 면역 기능을 발휘하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복부지방 신경 속 대식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지방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를 태우라는 신호가 지방세포에 전달되는 일이 방해받는다는 점을 연구팀은 발견했다. 노화 대식세포가 카테콜아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늙은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같은 메커니즘을 입증했다. 늙은 쥐의 대식세포 속 염증조절복합체의 농도를 낮추자 카테콜아민의 지방 분해 유도 능력이 젊은 쥐에 버금갈 만큼 커졌다. 또 노화 대식세포를 증가시킨 효소를 차단했더니 늙은 쥐의 지방 분해 능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도 발견됐다. 이 효소를 차단하는 건 우울증 치료약물로 가능했다.
연구팀은 "따라서 이론적으로 효소를 억제하는 이 약물을 활용하면 중년의 지방 분해 및 대사 능력을 개선해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물이 복부지방에만 작용하게 하는 방법과 안전성 등 추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를 포함해 복부지방을 줄이면서 대사활동은 증강하고 노년의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