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수PD “MBC 장악은 거대 플랜···靑 지시로 일사불란”

입력 2017-09-29 10:56
한학수 MBC PD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공영 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9일 오전 ‘방송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 출석
“청와대 지시 없이 그렇게 일사불란할 수 있나”

이명박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방송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한학수 MBC PD를 불러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오전 한 PD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오전 9시53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한 PD는 “MBC 장악은 거대한 플랜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제가 몇 년 간 겪었던 일들이 국정원의 언론장악과 어떻게 연관돼있는지, 청와대와 어떤 연결이 돼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MBC 경영진과 배후에서 조정한 국정원 담당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정원이라는 한 기관의 작품이 아니라 고 생각한다. 청와대 지시 없이 과연 국정원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PD는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이 저지른 행위는 거의 전체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잔인한 행위이다. 어떻게 기자와 PD 200여명을 쫓아내고 400여명을 징계할 수 있나”라며 “저는 이 분들이 책임이 없다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 분들이 반드시 포토라인 앞에 서서 검찰 조사를 받고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PD는 지난 2005년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밝혀낸 주인공이다.

한 PD는 2012년 파업에 참여한 후 MBC 아카데미 등으로 전보됐고 2014년엔 비제작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나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방송 송출을 담당하는 편성국MD 등 비제작부서에서만 일하다가 올해 4월 대법원 부당전보 확정판결로 제작부서인 콘텐츠제작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 제작거부 선언에 동참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11일 다시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명박(75) 전 대통령 시절 방송사 블랙리스트 피해자로서 검찰에 나오는 MBC 관계자는 한 PD가 5번째이다.

검찰은 지난 26일 최승호·이우환 PD와 정재홍 작가를, 27일에 현 언론노조위원장이기도 한 김환균 PD를 잇달아 불러 이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프로그램 제작, 인사와 관련된 피해사례 등을 조사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66)전 원장 시절 방송장악을 위해 MBC, KBS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 PD, 기자, 작가 등의 성향을 파악한 문건을 생산했다.

개혁위는 당시 국정원이 이 중 정부 비판적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관련 보도를 한 이들에 대해 수뇌부를 통한 인사개입 등 압박 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 문건을 지난 14일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