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8일 발간한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2000~2015년까지 연평균 3.9%를 유지하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16~2025년에 1.9%로 떨어졌다가 2026~2035년까지 0.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라면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성장이 멈추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인구고령화로 국가 세입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약 50년 뒤인 2065년 노동세입은 2015년 대비 72% 줄어들고, 자본세입도 74%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화 심화로 가계 저축률이 하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늘어나며 금융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 역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보건·복지 등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인구구조 고령화가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영국, 독일 등의 통계를 이용한 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노인부양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등에 미치는 통화정책의 누적효과는 각각 0.1%포인트와 0.3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고령층의 소비성향도 문제다. 한국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60대의 경우 2003년 78.2%에서 2015년 68.1%로 10.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30대의 경우 같은 기간 76.4%에서 73.1%로 3.3%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고령층의 가구당(2인 이상) 소비규모를 보면 2015년 연평균 2100만원으로 전체가구 평균인 3100만원을 크게 밑돈다.
한은은 “가계는 소득이 많은 장년 시기에 저축을 늘리고, 노년에는 소비를 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소비 성향이 장년층을 상회하는게 일반적”이라며 “주요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고령층의 소비 성향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향후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고령층 소비 증진을 위해 고령층에 적합한 일자리를 확충하고, 노후 연금수급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등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출산 장려책과 이민 유입정책으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의 육아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며 “출산이나 육아는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인구구조의 질적 개선을 통한 지속성장을 위해 수학, 과학 기술 관련 분야 인재 위주의 이민은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출산장려정책이 실제 출산율로 제고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이민 유입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