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공포… 발리 화산 주변 참새 수백마리 떼죽음

입력 2017-09-28 16:41
26일 인도네시아 발리 카랑가셈에서 바라본 아궁화산. 잠잠해서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은 지난 22일 분출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경보단계를 최상위로 상향했다. AP뉴시스

인도네시아 발리 아궁화산의 분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분화구에선 200m 높이까지 연기가 치솟았고, 지진계는 하루 동안 땅속에서 1000건에 달하는 진동을 관측했다. 주변 마을에서는 참새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은 28일 임시대피소 430곳에 9만6086명이 피신했다고 밝혔다. 현지시간으로 전날 정오까지 집계된 숫자다. 아궁화산의 분출 징후가 나타나면서 피난 인파는 불과 하루 사이에 2만명 이상 늘었다. 재난방지청은 지난 22일 밤 8시30분 아궁화산의 경보단계를 최고 수위인 ‘위험’으로 상향하고 주민과 관광객을 대피시키고 있다.

분화구는 50~200m 상공까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화산지진도 감지됐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는 지난 26일 아궁화산 땅속에서 모두 952건의 화산지진을 포착했다. 그 중 40%에 달하는 373건은 지표면 가까이에서 관측됐다.

폭발의 전조도 나타났다. 지난 25일 새벽 아궁화산 동남쪽 암라푸라에서 죽은 상태로 바닥에 떨어진 참새 수백 마리가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국립학술원의 조류 전문가 모하마드 이르함은 “유황‧메탄처럼 화산에서 나온 유독가스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궁화산은 높이 3142m로, 발리섬 최고봉이다. 마지막 폭발은 1963년 2월 18일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당시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은 낀따마니, 바투루, 베네로칸 등 주변 마을을 덮쳤다. 화산재는 1000㎞ 떨어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까지 날아간 것으로 관측됐다.

첫 분화 때 집계된 사망자는 1100명. 화산 폭발에서 비롯된 강우로 200명, 그해 5월 16일 두 번째 폭발로 200명의 사망자가 각각 추가로 발생했다. 아궁화산의 반세기 전 분출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번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