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라브4 거짓 매뉴얼 논란… 교통안전공단 “리콜 가능”

입력 2017-09-28 11:43 수정 2017-10-02 13:24
토요타의 준중형 SUV ‘라브4(RAV4)’가 거짓 매뉴얼 논란에 휩싸였다. 한글 매뉴얼에 소개된 안전장치가 한국 시판차량에서 누락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라브4 운전자들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차량 제작결함 조사를 시행하는 교통안전공단은 명백한 리콜 대상으로 보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교통안전공단은 28일 “라브4 매뉴얼에 소개된 ‘충격 감지 도어 잠금해제 시스템’(이하 잠금해제 시스템)이 시판차량에는 장착돼 있지 않다는 불만이 접수돼 한국토요타를 상대로 관련 자료 제출을 공식 요청한 상태”라면서 “소비자 불만이 사실로 확인되면 시정조치 및 리콜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은 토요타로부터 매뉴얼이 도착하는 대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조사에는 약 2~3주 소요될 전망이다.

잠금해제 시스템은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들이 손쉽게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강해지면서 국산 경차나 소형차에도 장착되고 있다. 잠금해제 시스템이 장착돼 있는 경우 탑승자나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사고 직후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도 문을 쉽게 열 수 있다.

문제는 토요타가 한국 시판차량에서는 잠금해제 시스템을 빼놓고 한글 매뉴얼에서는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요타가 차량 구매자들에게 나눠준 매뉴얼 97페이지 ‘각 장치의 작동’ 항목을 보면 잠금해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해당 매뉴얼에는 옵션에 따라 장치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도 없다.


토요타측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브4 차량에는 잠금해제 시스템이 장착돼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다만 “왜 장착이 안 된 시스템에 대한 한글 설명이 매뉴얼에 소개됐는지는 따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토요타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뉴얼 첫 장 ‘운전자를 위한 정보’(6페이지) 항목에는 ‘국내 사양 및 귀하의 차량에 장착되어 있지 않은 장치에 대한 설명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발끈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서 누락됐는데 어떻게 한글 매뉴얼에 소개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라브4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은 “한국 소비자들을 우습게 알고 저지른 일” “면피성 문구 하나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등의 글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매뉴얼이란 차량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중요한 문서”라면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점이 명백하고 옵션으로 소개한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제작사 편의에 맞춰져 있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전남 나주시 산포면 도로에서 라브4를 운전하는 40대 남성 A씨의 차량 추돌 사고가 있었다. A씨는 사고 즉시 차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가던 53세 최규명씨와 최씨의 아들이 구조에 나서 A씨 일가족은 차에서 빠져나왔다. 차는 A씨 가족이 빠져나온 직후 전소했다.

A씨는 라브4 인터넷 카페에서 “잠금해제 시스템이 없어서 큰 화를 입을 뻔 했다”면서 “토요타는 도어해제 시스템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토요타는 A씨의 주장에 대해 “한국 판매 차량에 잠금해제 시스템이 없는 것은 맞지만 A씨가 잠금해제 시스템이 없어서 큰 화를 입을 뻔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