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방치한 채 사라졌던 30대 엄마가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2일부터 종적을 감춘 엄마를 찾고 있었다. 경찰은 모습을 드러낸 엄마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수원의 3층짜리 임대주택에 살면서 최근 수개월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자녀 B(9)군과 C(8)양 남매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남매에게 치과·안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방임한 혐의도 있다.
이혼한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자녀를 홀로 키워 왔다. 경찰은 A씨가 약 5개월 전부터 술을 가까이하면서 자제력을 잃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적 학대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B군과 C양 남매의 외할아버지는 12일 오후 4시쯤 주민센터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주민센터 관계자가 경찰과 함께 현장에 들어서니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 차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방 2칸, 거실, 화장실로 이뤄진 18평 남짓한 집 안에는 이불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술병과 컵라면 용기 등 각종 잡동사니가 뒹굴고 있었다. 집 안 곳곳에는 벌레가 날아다녔다. 화장실에는 사용한 휴지를 담은 비닐봉지와 비닐봉지에 채 담기지 않은 휴지가 바닥에 쌓여 있었다. 밥솥에는 곰팡이 핀 밥이, 냉장고 안에는 상한 반찬이 가득했고, 싱크대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 악취가 진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아이들이 누워서 다리 뻗을 공간을 제외하곤 집 안이 모두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악취가 워낙 심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남매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남매 모두 충치가 많았고, B양은 안과 치료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 집 등을 전전하다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에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알 수 있겠으나, A씨는 술을 가까이하면서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등 우울증을 앓는 사람처럼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보다 치료가 우선이라고 보고 지원 기관을 안내했다.
남매는 엄마에 대한 애정이 깊어 A씨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둘은 현재 외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