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울산 현대가 내셔널리그(3부 리그) 소속인 목포시청의 돌풍을 잠재우고 19년 만에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목포시청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김인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2015년과 2016년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FC 서울, 수원 삼성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울산은 ‘준결승 징크스’을 깨고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1983년 창단한 울산은 지금까지 K리그 우승 2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4회를 차지한 강호다. 하지만 유독 FA컵과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결승에 올랐지만 안양 LG(현 FC 서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19년 만에 FA컵 결승에 진출한 울산은 오는 10월 25일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의 4강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목포시청은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으로 한 방을 노렸다.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다양한 패턴을 준비한 것이 돋보였다. 울산은 경기 주도권을 잡은 채 침착하게 목포시청을 몰아붙였다. 좌우 측면을 폭 넓게 활용하며 목포시청의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목포시청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0-0으로 비긴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목포시청의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손경환은 후반 2분 크로스바를 살짝 넘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날려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3분 후 이인규는 프리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렸다. 울산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골이 나올 뻔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32분 울산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7분 교체 투입된 김인성은 페널티지역오른쪽에서 박용우의 패스를 받아 가벼운 오른발 슈팅을 날려 목포시청의 골문을 열었다.
김정혁 감독이 이끄는 목포시청은 창원시청(내셔널리그)을 시작으로 양평 FC, 포천시민축구단을 잇따라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이어 8강전에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성남 FC를 3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2010년 창단 후 처음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목포시청은 4강전에서 울산에 막혀 ‘칼레의 기적’을 이루지 못했지만 놀라운 경기력과 투지로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칼레의 기적은 2000년 프랑스 FA컵에서 인구 8만명의 항만도시 칼레를 연고로 하는 4부 리그 라싱 위니옹 FC 칼레가 강팀들을 잇따라 제압하고 결승까지 오른 사건을 말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