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이 주도해 추진하는 고교생 무상교복 지원 예산통과에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의원 개개인의 자유표현과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과 의사결정을 숨기기 위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일삼는 악습이 반복됐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협의회는 27일 의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은 의회와 시민 분열을 조장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재호 협의회 대표 등 소속의원 8명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한국당협의회는 “본회의 무기명 투표결과 찬성 14명, 반대 16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된 예산에 대해 상임위에서 반대의견을 낸 의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불가능 할 정도로 수많은 협박성 문자를 받게 하는 등 조리돌림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 시장은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각 정당의 논의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SNS를 통해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도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협의회는 “공개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잘못인가, 숨기는 것이 잘못인가”라면서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의 전매특허 무기명 투표, 더는 안 된다”고 대응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비판과 반대의견은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의사결정을 숨기기 위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일삼는 악습은 주권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될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무상교복 정책이 공개돼서는 안 되는 기밀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협의회는 “시의회 홈페이지에도 영상으로 공개돼 있는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결은 결코 기밀사항이 아니다”라며 “시의원은 공적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고 시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민주당협의회의 주장에 동조했다. 성남시는 “공개하지 말아야 할 기밀과 숨기고 싶은 밀사는 다르다”며 “의원 개개인의 자유표현과 의결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이것이 주권자인 시민 몰래 권한을 행사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주권자를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자신의 행위가 주권자의 의사에 부합하는지 널리 알리고 검증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23일 페이스북에 “무상교복 네 번째 부결한 성남시 의원들이십니다”라며 고교 무상교복 예산에 반대한 의원 8명의 이름과 지역구을 공개했다. 이후 공개된 반대 의원들의 명단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의원들의 전화번호까지 온라인에 공개됐다. 해당 의원들에게는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성남시는 올해초부터 고교 신입생 1만명에게 29만원씩 교복비를 지급하겠다며 29억여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해왔다. 그러나 여소야대(민주당15, 한국당15, 국민의당1, 바른정당1)로 구성된 시의회는 매번 예산삭감을 결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