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 있는 A양(12살)은 8살 때 친아버지로부터 처음 학대를 당했다. 담당 공무원이 학대 사실을 확인했을 때 A양 아버지는 40일 간 술만 마시며 딸을 방치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는 등 치료를 받아왔지만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딸 학대는 반복됐다. 결국 아버지는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이 소녀는 친척집에 맡겨졌다.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어린이가 최근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친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한 것으로 판정받은 사례는 2012년 5103명에서 지난해 1만4158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친아버지에 의한 학대 건수가 같은 기간 3013명에서 8257명으로 크게 늘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혼가정의 아동학대 사례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는 2012년 74건에서 4년만인 지난해 392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고, 계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도 151명에서 362명으로 2.4배 많아졌다.
문제는 A양처럼 친부모로부터 한 번 학대받은 어린이가 같은 환경에서 다시 학대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친부모의 재학대에 노출된 어린이 수는 2012년 723건에서 지난해 1477건으로 2배 증가했다.
친아버지의 재학대 사례는 같은 기간 447건에서 845건으로, 친어머니의 재학대 사례는 276건에서 632건으로 늘었다. 최초 학대와 재학대 건수는 모두 친아버지에 의한 것이 많았지만, 증가율은 친어머니에 의한 학대가 더욱 가파르다.
계부에 의한 아동 재학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012년 4건이었던 계부의 아동 재학대 사례는 2016년 41건으로 10.3배 늘어났다. 계모의 재학대 사례는 2배 증가했다. 재학대를 받은 전체 아동 수는 같은 기간 914명에서 1664명으로 늘었다. 관리당국의 세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교육기관 종사자의 아동 학대가 친부모의 아동학대보다 증가 폭이 훨씬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유치원(교사·교원), 초·중·고교 교원, 학원 강사, 보육교직원 등이 아동을 학대한 사례는 지난해 1508건으로 집계돼 2012년(194건)에 비해 8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초·중·고교 교원의 아동학대가 같은 기간 16건에서 457건으로 무려 28.6배나 증가했고, 유치원에서 벌어진 아동학대도 31건에서 332건으로 10.7배 늘었다.
기 의원은 “아동학대 피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2012년에는 8명이었던 아동학대 사망자가 지난해는 36명으로 공식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반복되는 재학대와 그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에 전 사회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