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7인 가운데 1명인 신인석 금통위원이 “완화적 기조의 완료를 조심스레 기대할 만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완료는 곧 금리 인상을 비롯한 돈줄죄기 정책을 말한다. 거시경제 지표 근거로는 5년 정도 지속된 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이 무르익었고, 2015년 이후 소형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아파트 가격지수가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을 꼽았다.
신 위원은 물론 반대 이야기도 했다. 그는 “사드의 수출관련 여파, 북핵문제의 경제심리 위축 가능성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거시경제의 향후 모습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고 결론냈다. 금리 인상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지만, 외생 변수가 많아 확답이 어렵다는 의미다.
다음은 신인석 금통위원이 27일 한국은행 서울 태평로 본관 17층에서 진행한 간담회와 질의응답 전문. 미래 금리 전망을 밝히기 꺼려하는 금통위원이기에 발언의 뉘앙스를 살피도록 전문을 옮긴다.
안녕하세요? 신인석입니다. 이쪽으로 이사하고 이 장소에서 하는 건 처음인데, 제가 느끼기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쾌적한 것 같습니다. 처음하기 때문에 약간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이는데, 전임 위원님들 하신 방식대로 준비한 자료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금융통화위원회는 법에 정한 데에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입각해서 통화정책을 합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저는 이해하기를 두 가지 특성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봅니다. ‘목표의 구속’과 ‘정책과정의 투명성’입니다. 목표의 구속이란 통화당국의 정책운영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설정된 인플레이션 목표에 구속된다는 것을 말하고요. 정책과정의 투명성이란, 통화당국은 매번의 기준금리 결정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를 최대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려야함을 말합니다. 금리결정 직후에 발표되는 ‘의결문’, 또 금통위 2주 뒤의 ‘의사록’ 공개, 1년에 4차례 발간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이를 위함입니다. 오늘의 기자간담회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이같은 취지를 상기하면서 지난 1년여 제가 어떤 생각으로 금리결정에 임하여 왔는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많은 통화정책 관계자들이 의지하는 정책의 틀은 ‘테일러 준칙’입니다. 점심자리에서 식을 먼저 보여드리는 것은 결례인 것은 압니다마는 저도 금리결정을 위해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사용하는 준칙이기 때문에 여기다 이렇게 올려놨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i가 기준금리라고 한다면 여기에 보면 r*라는 것이 있고요. 그 다음에 예상물가상승률이 있고, 그 다음에 산출갭, GDP갭이라고 말하는 것이 있고, 그 다음에 물가갭, 목표 물가상승률에서 현재의 물가상승률 또는 예상물가상승률이 얼마나 차이가 있느냐 하는 물가갭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세 변수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으로 식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가갭, 산출갭, 실질중립금리. 이 실질중립금리라는 개념이 조금 생경할 수도 있는 단어인데, 균형금리, 자연이자율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경제가 계속 균형에 있다면, 즉 성장률은 잠재성장경로대로 가고 물가는 목표물가상승률에 있고 그러면 균형이라고 보고 그때의 금리는 그러면 얼마인 거냐, 그것을 실질중립금리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테일러준칙은 93년에 발표가 됐는데 지금 20년이 넘었습니다마는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면 인용횟수가 거의 만 번에 이르는 고전이 됐습니다.
통화정책 운영전략을 하나의 간단한 식으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놀라운 개념적인 유용성이 있습니다. 먼저 준칙은 금리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알려줍니다. 물가갭, 산출갭이 플러스이면, 경기가 좋으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높이고 안되면 낮춘다, 이런 사고방식이 들어가 있고요. 또 현재 통화정책이 완화적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합니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다고 하면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반대로 높으면 긴축적이다 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테일러 준칙이 개념적 유용성을 넘어서 실용적인 유용성을 얻으려면 3개의 변수, 즉 물가갭, 산출갭, 중립금리, 이것이 다 안정된 값으로 쉽게 추정이 될 수 있어야 됩니다. 이 중에서 물가갭 추정은 가장 쉬운 것으로 얘기를 합니다. 물가상승률은 가장 쉽게 관측을 하기 때문에요. 그 다음에 목표물가상승률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산출갭의 추정은 잠재성장률의 추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니까 그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전문가들 사이에 잠재성장률 추정치에 대한 이견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준칙의 유용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후반대라고 할 때 이를 반대할 학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소지는 중립금리, 이 r*에 있습니다. John Taylor 교수가 이 준칙을 제안한 1993년에는 John Taylor 교수는 미국의 실질중립금리가 2%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실질중립금리의 변동성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결정시에 실질중립금리를 2%의 변하지 않는 숫자, 상수로 취급해도 무방하다고 보았습니다. 추정이 가장 쉽지 않은 변수가 변하지 않는 상수다 라고 하면 테일러 준칙의 실제적 유용성은 매우 높은 것이 되고, 2008년 금융위기가 날 때까지도 대단히 유용한 개념 툴로 미국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대로 생각을 한다면 올해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2% 살짝 밑돌 것으로 조사국에서 전망하고 있고, 그러니까 물가갭은 0 근처라고 볼 수 있겠고요. 산출갭도 0에 근접하고 있다고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물가갭, 산출갭이 0에 가까우니까 2% 실질중립금리, 올해 물가상승률 2%, 기준금리는 4%이어야 합니다. 테일러준칙에 의한다면. 그러니까 1.25% 기준금리는 낮아도 너무 낮은 것이 되겠지요. 이 상황은 미국도 비슷합니다. 현재 Fed 금리가 1.0 ∼ 1.25%로 테일러 준칙보다는 굉장히 낮은 것으로 보이고요. 어떻게 보아야 되느냐, 중립금리는 과연 안정적인 것이냐 하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최근 많은 학자들은 실질중립금리의 안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중립금리, 균형금리는 21세기 들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을‘실질중립금리의 하락’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더해 추정방법에 따라 추정치가 크게 다르고 오차도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것을‘실질중립금리의 불확실성’ 문제라고 봅니다. 실질중립금리의 하락과 불확실성 문제는 최근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 있습니다. 상당수 학자와 정책관계자들은 중립금리가 실제로 하락하였고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의 경기부양효과가 제한적이고 물가상승압력도 뚜렷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실질중립금리가 그렇게 낮아지지 않았고, 따라서 현재의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고 그로 인해 과도한 금융불균형이 전 세계적으로 초래되고 있다고 반박을 합니다. 두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통화정책 담당자는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 관계자가 봉착한 공통의 문제입니다. 현재 저의 선택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실질중립금리가 하락하였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쪽입니다.
하락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은 ‘얼마나 하락했고 왜 하락한 것이냐’라는 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부터 보면, 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 문제 때문에 현재 실질중립금리가 얼마냐 하고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학문적인 논쟁으로서의 대상으로서는 얼마든지 얘기가 가능하겠지만 정책당국자로서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때문에 간접적으로 기준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어느 수준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보다 쉽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판단을 해야만 될 문제입니다. 사실 통화정책의 관점에서는 중립금리와 기준금리의 상대적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현재 기준금리가 균형금리인 중립금리보다 낮은지, 혹은 높은지의 여부가 통화정책이 완화적인지를 알려주는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금통위의 금리결정 의결문의 말미에 보면 “국내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의결문의 표현 하나 하나는 금통위원들의 동의를 거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의결문에 언급되어 있듯이 저도 현재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고 평가를 합니다. 즉 비록 중립금리가 하락하였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낮아서 중립금리를 하회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상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면 가계와 기업은 부채를 증가시켜 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즉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그 결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진다 라는 것이 교과서적인 경제원론의 얘기입니다. 반면 지난 2∼3년을 보면 건설투자만이 이론이 예상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소비와 설비투자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낮은 금리에도 물가와 경기의 반응이 완만한 이 현상은 흔히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작아졌다”는 진단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나타난 현상과 부합되므로 표면적으로는 틀린 해석이 아닙니다. 그러나 유효성이 하락했다고 끝내기 보다는 “경제에 역풍(headwind)이 지속되고 있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해서 해석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그 역풍은 무엇이냐, 그게 바로 실질중립금리의 하락을 가져온 원인과 거의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실질중립금리가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정책설계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락했다는 판단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그 원인이 현재 어떻게 변동하고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고, 그렇게 변동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경제흐름과 바람직한 정책설계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질중립금리 하락여부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 원인은 더욱 더 논란이 분분합니다. 평론가라면 모호하게 넘어가는 것이 안전한 주제인데, 정책담당자는 어떻게든 입장을 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오늘은 제가 정책담당자의 자격으로 말씀드리고 있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온 두 가지 원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략 말하면 실질중립금리는 경제주체들이 예전과 같은 금리 수준에서 과거에 비해 소비와 투자를 적게 한다면 그때 하락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경제이론에서는 이러한 실질중립금리 하락의 대표적인 이유로 흔히 잠재성장률 하락을 거론합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면 경제주체들은 예상되는 미래소득흐름이 낮아지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를 미리 줄이게 됩니다. 그 결과로 균형금리는 하락합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잠재성장률 하락은 추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우리 경제 실질중립금리 하락의 요인입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는 다소 급작스런 현상이고 금리하락의 폭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큽니다. 다른 요인의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세계화된 경제 상황이므로 국내만이 아니라 대외부문의 여건을 같이 보아야 합니다. 여기 지금 보여드리는 그림은 지난 20여년, 20여년이 넘지요. 90년대부터니까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경로와 선진국 세계 성장 경로를 보여드리는 건데요. 2003년부터 보면 우리나라의 성장률 흐름이 세계 평균하고 거의 같이 가는 것을 볼 수가 있고요. 선진국 하고도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경제가 동조화된 흐름을 보여왔다는 것인데, 세계화된 경제 환경에서 세계경제의 균형금리가 하락하면 우리 경제가 영향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금리하락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에 우선적인 원인이 선진국 경제에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선진국의 실질중립금리 하락 원인은 무엇이냐, 학계에 적어도 네 개 이상, 적어도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섯 개, 여섯 개 이상의 가설이 제기되어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 그것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제가 가능성이 높은 가설 하나만 꼽는다면 ‘위기 후 조정과정’ 가설이 되겠습니다. 선진국에서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의 발생은 위기 이전 상당수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를 쌓아왔음을 말합니다. 때문에 위기 이후에는 과잉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이 한동안 진행됩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은 소비와 투자를 줄여야 합니다. 지출이 줄고, 지출이 준다는 것은 현재소득 중에 저축이 증가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로 인해 균형금리는 하락한다, 이것이 ‘위기 후 조정과정’ 가설이 제시하는 금융위기 후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저금리 현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는 세계금융위기 후 그것이 초래한 선진국의 위기 후 조정과정이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큰 충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 후 조정과정으로 세계 주요 경제의 소비와 투자가 정체되고 그 영향은 무엇보다도 세계교역량이 장기 침체를 가져왔습니다. 세계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같이 침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그 영향으로 세계 주요국의 균형금리가 더불어 하락했고 거기에는 우리 경제도 포함이 된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처럼 선진국 경제의 ‘위기 후 조정’이 최근 중립금리 하락의 큰 원인이지만, 우리 경제 자체의 요인도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 5년 우리 경제의 소비와 투자행태에서 특이한 현상으로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계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 즉 ‘평균소비성향’은 이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2012년 무렵부터 뚜렷하게 하락합니다. 국민계정에서는 이와 대응되는 현상으로 가끔 지적되는 것이 가계의 순저축률의 상승입니다. 쓰는 것이 주니까 저축이 늘어나는 반대, 동전의 양면이 되겠습니다. 이것을 특히 연령별로 세분해 보면 연령이 높은 가계일수록 소비성향 하락이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고령화로 고령가계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소비성향이 하락하였으므로 지난 몇 년간 가계부문 전체의 소비가 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가계가 주도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대표적인 우리 경제 자체의 중립금리 하락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들 중립금리의 하락요인은 현재 어떤 상태에 있을까요? 선진국의 중립금리 하락 원인이 ‘위기 후 조정’이 맞다고 한다면, 이는 어떻게 보면 “좋은 소식”입니다. 부채감축에 따른 ‘역풍(headwind)’이 부는 동안은 소비와 투자가 정체되며 중립금리 하락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언젠가는 소비와 투자가 정상화되리라는 함의가 내포되어 있으니까요. 소비·투자가 정상화되면 중립금리 하락현상도 해소되면서 장기간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 기조도 변화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바로 올해 들어 선진국 중앙은행이 내놓고 있는 향후 선진국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나리오입니다. 저도 그 실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행태는 보다 예측이 어렵습니다. 고령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이 전체 가계부문의 소비성향 하락을 견인한 것이니, 지난 몇 년간 고령가계가 소비를 꺼리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따져보아야 합니다. 만일 고령가계의 미래소득전망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한층 어두워져 소비를 줄인 것이라면, 20대나 30대의 청년세대에 비해서 40대 이후의 장년층 가계들이 생각하는 미래소득 전망이 더 안 좋아져서 이쪽이 더 빨리 소비를 줄이고 있다면, 또 이들의 예측이 맞다고 한다면, 우리 경제의 소비정체는 계속될 수도 있는 현상입니다. 고령가계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2012년 이후 가계소비성향의 하락이 고령화만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초래되었음을 시사하는 자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표는 가계를 다시 주택이 있는 사람과 주택이 없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소비성향 추이를 앞쪽의 5년, 최근의 5년으로 나눠서 평균을 만들어 본 것입니다. 보면 2010년까지는 주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소비성향 차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최근 5년을 보면 주택이 있는 사람의 소비성향이 주택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특히 40대 이상을 보면 더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가계소비성향 하락은 주택보유자들이 주도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가계에서 현저하고요. 고령화만이 아니라 주택보유여부가 최근 가계소비성향 변동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해 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느냐, 저는 최근 가계의 소비행태를 설명하려면 주택시장 가격추이, 2012년 무렵 가계부채의 연령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최근 2년만 놓고 보면 상당히 빠른 상승세를 보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시계를 길게 해서 2004년부터 10여년을 본다면 2009년 무렵까지는 상당히 빨랐던 상승세가 있었고, 그 후 특히 2010년 이후, 특히 2011년, 2012년 무렵에는 상당히 폭이 컸던 가격하락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한다면 2012∼2014년이 가격하락이 컸던 것이고 그 다음에 정체됐다가 2015년 무렵부터 한 2년간 상승세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택규모에 따라서도 시장추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소형아파트 가격은 떨어진 다음에 빠른 상승속도를 보여서 최근에는 예전 고점을 상당히 넘어선 상태입니다. 중형 이상의 경우에는 상승세가 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직 회복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연령구조를 보면 2012년 말에 1억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1억 이상을 기준으로 한 거액부채자의 77%는 40대 이상의 차주였습니다.
이것을 종합해 본다면 2012년 이후 우리나라도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국 정도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주택가치 하락에 따른 소규모의 ‘조정과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조정의 규모가 장년 이상 주택보유가계에서 두드러진 이유는 장년이상의 가계일수록 첫 번째로는 미래의 노동소득흐름이 작아, 앞으로 일할 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에 노동소득흐름은 작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주택자산의 중요성이 크고, 또 보유 주택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고, 마지막으로는 당시 이들이 주로 가계부채의 부담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가계부채는 있고 주택은 크고 앞으로 벌 돈은 많지 않고 그런데 주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때 그에 따른 조정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가계소비성향 하락이 5년간 지속되면서 소비조정이 상당기간 진행되었다는 점, 또 2015년 이후 소형아파트 주도의 가격상승으로 전체 아파트 가격지수가 예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조정의 완료를 조심스레 기대할만한 시점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향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안정되어서, 특히 2015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과 신규 가계부채 급증을 주도한 소형아파트 시장에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안정되어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습니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안정만이 아니라 거시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이제 제 모두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실질중립금리 하락을 초래한 부정적 원인들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말씀이었는데, 이렇게 끝내기에는 최근 새로이 등장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들이 현저합니다. 사드(THAAD)의 수출관련 여파, 북핵문제의 경제심리 위축 가능성 등이 올해 경제흐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위험요인에 더해 새로이 등장한 위험요인이 종합되어 나타날 우리 거시경제의 향후 모습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려워 보입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궁극적인 과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유지입니다. 일시적 충격으로 괴리가 있어도 결국 인플레이션율은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에게 주는 것이 인플레이션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 담당자의 책무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환경 아래서도 금융통화위원회가 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항상 자문하며 정책운영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강의 잘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 질문드릴까 하는데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실질중립금리는 하락을 좀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다, 그래서 금리인상 기조를 검토할 수 있다, 이런 톤이 있기는 하나 지금 지정학적 위험, 사드, 북핵문제, 이런 리스크가 좀 크다, 이런 식으로 저는 받아들였는데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보면 한 위원님께서 여러 가지 매파적으로 말씀하시다가 8월에 보면 좀 더 지켜보자 이런 톤으로 가신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오늘 그 맥락하고 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같이 느끼면서 들었습니다. 지금 지정학적 위험이나 사드, 북핵문제, 올해 경제동향 불확실성이라고 적시해 주셨는데요.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시는지 답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인석 위원
마지막에 제가 지정학적 위험을 언급한 것은 아시다시피 워낙 최근에 그게 부각이 됐기 때문에 한 것이고요. 원래 모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드린 말씀의 경위는 지금까지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기까지만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우리 중립금리의 하락을 가져왔던 원인들이 올해 상당히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까지가 제 말씀의 취지였고, 새로운 위험요인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지적을 한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것은 당연히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중립금리 내려간 것 중의 하나의 요인으로 40대 이상의 주택보유자들이, 중대형평형을 갖고 있는 분들의 가격하락 이런 요인으로 인해서 좀 더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추정을 내 놓으셨는데, 끝부분에 조정의 완료를 조심스럽게 기대할만한 시점이라고 하셔서 그 근거로 소형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소비조정도 진행됐다, 이렇게 얘기하셨는데,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갖고 있는 분들은 이 혜택을 좀 덜 받지 않았을까, 지금 말씀하신대로라면 소형아파트는 따로니까요. 그래서 조정의 완료를 기대할만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에 대해서 조금 의미를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인석 위원
주택가격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동안 내려간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보통 올라왔기 때문에,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그 이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간 것은 반드시 올라와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일 수도 있고, 한 5년이 지난 다음의 상태에서 주택가격이라고 한다면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5년 동안은 거기에 맞춰서 자기들이 했던 가계의 소비와 저축의 의사결정을 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금융위기가 났던 다른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지역에 따라서 다르겠습니다마는 예전의 가격이 반드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5년에서 7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자신이 갖고 있던 자산가치가 변화했으면 거기에 맞추어서 소비와 저축을 조정을 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는 그 기간이 대략적으로 본다면 완료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인 것입니다. 저축률의 상승이라든지 소비성향의 하락이라고 하는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 아니냐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돼야지 그것이 회복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되겠습니다.
질문
소형아파트 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셨는데 과연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까, 자세히 좀 설명부탁드립니다. 왜냐하면 레버리지(leverage) 투자가 심해서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한국은 전세제도라는 게 있어서 조금 다른 상황도 있고 그래서 어떤 충격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신인석 위원
금통위원으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말씀이기 때문에 너무 깊이 안 들어가고 써 있는 대로만 말씀을 드리고, 그 문장에 대해서 조금 더 부연하자면 지난 1년 동안에 금통위 의사록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위원분들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린 것은 우려라고 하는 것은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고,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뭔가 과열된 것 아니냐, 부동산시장은 과열되고 가계부채는 너무 빨리 느는 것 아니냐. 가격이 많이 오르는데 이게 지속 불가능한 가격 아니냐,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보여드린 것은 그런 과열의 우려나 과열의 조짐이 있다고 한다면 소형아파트 중심으로 왔다, 그쪽의 가격이 빨리 올랐고, 그 다음에 가계부채를 지난 2년 동안에 많이 늘렸던 것은 집단대출 관련이었는데 신규분양이 관련됐기 때문에 이 소형아파트와 관련됐다고 생각이 들고요. 물량과 가격이 같이 오를 때 보통 과열이 될 수도 있는 조짐이 있다고 분석을 합니다. 물량이 느는데 가격도 계속 오른다면 그것은 조금 우려가 될 수도 있지요. 그것도 반드시 과열이라는 증거는 아니까 알기 어렵고요. 그래서 이 조정이 계속 이런 속도로 오르는 것은 우려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 그러면 이것이 안정화되는 흐름이 어떤 것이 바람직한 거냐, 가계부채 증가율도 안정화 되고, 그 다음에 가격도 상승도 안정화 되고, 안정화가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거기서 전제가 그렇다는 것은 이것이 다시 하락이라든지 2012년에 봤던 그런 식의 조정이 아니라 안정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시나리오고 그게 금통위가 기대하고 있는 거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질문
중립금리 하락을 불러온 요인들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봤는데요. 그러면 향후 중립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씩 오를 경우에 그럴 경우에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의 여력이 좀 더 확대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러면 한 차례 금리인상이 아니라 기조적이거나 몇 차례 금리인상까지도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말미에 이런 중립금리 하락요인이 해소가 되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셨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인석 위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애매한데, 저는 테일러 준칙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의 Fed도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물가갭과 산출갭이 0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플러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산출갭의 경우에. 실업률도 평가를 한다면 앞쪽에 기준금리, 균형금리 수준이 돼야 되는데 그게 얼마냐 하는 것이 미국은 현재 보통 얘기하고 있는 것이 자기 자신들이 내놓은 점도표에 의한 스케줄이라고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3.5까지 온다고 하는 것이고요. 우리는 아직은 점도표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른 충격이 없고 현재 상태에서 실질중립금리의 하락요인이 완화가 계속 된다면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되겠습니다마는 그것이 대단히 완만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이미 몇 번을 얘기한대로 기조를 얘기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까 지정학적 위험을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은 아까 드린 답처럼 현재 위험이고 미래의 위험이니까 지금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다, 모니터링하고 지켜봐야 될 위험이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