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상최초로 여성의 자동차운전 허용 발표

입력 2017-09-27 09:10
사진 = AP뉴시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왔던 보수 왕권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자동차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그 동안 이 금지조항에 항의한 여성들을 체포, 구금한 것이 국제적으로 부정적인 반응과 비난이 집중되자 이같이 결정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과 국영 TV는 26일 밤 뉴스를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라는 국왕의 명령이 내려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새로운 명령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의논하는 위원회도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여성운동가들은 1990년대부터 운전할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으며, 이는 현행법아래에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대표적 운동이라고 밝혀왔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장 대표적인 여성운동가 중의 한 명인 아지자 요세프는 리야드에서 AP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이번 결정은 여성권리를 위한 개혁의 위대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킹 사우드 대학의 교수인 그는 아직도 여성이 해외여행을 가거나 여권을 만들거나 결혼을 할 때 남성 친척의 최종 허락을 얻어야만 하도록 한 남성후견인법을 철폐하기 위해서 싸워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재 사우디 신임 대사인 칼레드 빈 살만 왕자는 여성에 대한 운전 허용은 사우디왕국을 위한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적절한 때에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운전을 종교나 문화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성은 법적으로 남성 후견인 허락 없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으며 남성 후견인이 동승하지 않고도 차를 몰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우디 정부는 걸프 협력위원회의 다른 아랍국에서 발급된 여성의 운전 면허도 앞으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살만 대사는 이번 결정이 미국의 요청 때문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시에도 이 문제는 거론된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남성 후견인의 허가가 필요한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여성의 권리를 확대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 편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사상 최초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 것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결정이 기쁘다(happy)고 말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한 올바른 방향의 위대한 첫 걸음”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번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악화 일로였던 사우디의 인권관련 기록과 국가 이미지 실추를 개선하기 위해 내려진 것이다.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