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KIAF를 주관하는 화랑협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카타르는 인구 240여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그럼에도 카타르 왕가가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지난 10년 간 천문학적 액수의 예술품을 수집해 미술시장에서 위력이 대단하다. 2010년 개관한 마타프를 비롯해 미술관이 속속 생겨나는 것은 이를 보여주는 징표다.
모로코 출신인 카룸 관장은 “카타르는 한국과 거리가 멀어 자주 와서 볼 수는 없지만 한국 미술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담고 있어 좋아한다. 그 저변엔 1980년대의 사회적 격변이 깔려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당시와 연결되는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자생적으로 태동한 한국의 단색화도 시대를 담고 있어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예술의 사회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와 통한다. 알고봤더니 엔위저는 2008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을 때 그를 객원큐레이터로 기용했다. 카룸 관장은 자신과 엔위저와의 관계를 ‘지적(知的) 패밀리’라고 표현했다. 당시의 인연 덕분에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 등 한국인맥도 두터운 편이다.
KIAF를 둘러본 그는 관계자들에게 한국 작가를 초청한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에서는 동시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작가들이 전통 장르 뿐 아니라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 언어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면서 “특히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일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유기적인 연결을 꾀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심사위원,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모로코관 큐레이터, 2012년 파리 트리엔날레 협력큐레이터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마타프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카타르 왕가의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는 2011년 당시 역대 최고가인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 짜리 폴 세잔 작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을 구입해 화제가 됐다. 또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등 동시대 작가들이 작품도 대거 구매하고 있어 알 마야사 공주의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저인 카룸 관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미술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