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는 잠잠… 리용호 “선전포고” 발언 무대응

입력 2017-09-26 15: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딸 이방카. AP뉴시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선전포고’까지 언급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프로풋볼 경기장을 향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자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저항한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들, 이로 인한 관내 파열음을 보도한 뉴스채널 CNN을 비난하며 트위터 활동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7시26분(한국시간) 트위터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불만을 품었다는 CNN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CNN은 미 행정부 관계자 2명의 말을 종합해 “트럼프 대통령과 NFL 선수들의 갈등에 켈리 실장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FL 선수들이 국기(성조기)와 국가(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내 생각에 켈리는 동의하고 있다. (기사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적었다. “NFL과 선수들의 행위는 우리나라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됐다”고도 적었다.

이 트윗은 리 외무상이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 플라자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지난 25일 오후 11시50분(현지시간 오전 10시50분)으로부터 8시간여 뒤에 작성됐다. 리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을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북한 최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초강경 발언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대민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트위터에 리 외무상의 발언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기자회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들. 트위터 화면촬영

그 이후 오전 10시50분까지 작성한 7건의 추가 트윗에서도 북한이나 리 외무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NFL 선수들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NFL을 포함한 미국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전반적인 ‘반(反)트럼프’ 여론은 지난 22일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경찰의 인종 차별적 행동에 대한 항의표시로 경기 전 국민의례 때 무릎을 꿇었던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 백악관 방문에 석연치 않게 반응했던 미국 프로농구(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가드 스테판 커리를 지목해 비난했다.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지적하지 않고 선수들만 공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비난 여론을 부추기고 말았다. 캐퍼닉의 ‘무릎 꿇기’는 ‘반트럼프’ 여론의 상징이 됐다. 지금까지 NFL 선수 150여명이 국민의례 때 무릎을 꿇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 다른 종목 선수들도 동참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팔짱을 끼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