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71) 감독의 도움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구색맞추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 같은 결정이 국민 여론에 등떠밀린 것이라는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김호곤 축협 기술위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7년 제7차 기술위원회 내용 발표 자리에서 “축구대표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오는 10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축구대표팀의 러시아 평가전 때 경기장을 방문할 예정인 히딩크 감독과 직접 만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선 신중론을 보였지만, 이번 도움 요청이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표팀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과 함께 구체적으로 원하는 역할일 있는지 의사를 물었다. 이메일을 잘 받았다는 답변만 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답변이 오지 않아 추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위에서 히딩크 감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지만 먼저 공개하면 자칫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바와 맞지 않아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상징적인 역할이 아닌 확실한 포지션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히딩크 감독이 ‘기술자문’ 또는 ‘기술고문’ 역할을 하며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월드컵 경험이 처음인 신 감독은 유럽 명문 클럽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한국, 호주 등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내며 월드컵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히딩크 감독의 조언이 절실하다. 김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충분히 받겠다고 했다”며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옥상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히딩크 감독과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 성격이 활달했는데 요즘 좀 의기소침해있어서 안쓰럽다”며 신 감독에 대한 우려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문답으로 넘어가기 전 “제가 생각했던 것이 있어서 부탁 말씀을 드리겠다”며 별도의 발언 기회를 구하며 이같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모든 논란의 출발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영입하라는 일부 국민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앞선 논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건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예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더는 그런 소모적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달 러시아(7일)와 모로코)10일)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 경기 결과로 또 다시 히딩크 영입론이 불거질까 우려했다. 그는 “축구가 컴퓨터게임처럼 조종하는 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평가전 목표는 현재가 아니라 월드컵의 승리”다.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가 나오더라도 참아주시고, 팀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