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건물이 옆으로 기울어져 주민들이 대피했다. 지난 2월 사용승인을 거쳐 16가구가 입주한 D 오피스텔은 입주 시기부터 서서히 기울어져 현재는 눈에 띄게 한쪽으로 쏠린 모습이다. 주변 빌라와 원룸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이 들어선 지역은 과거에는 펄이었던 연약지반이다. 주민들의 신고에 시공사는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긴급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시멘트, 물, 석분, 세립토 등을 정량 배합해 땅속에 집어넣어 말뚝을 형성시키고, 주변 지반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시공사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오피스텔은 더 기울어졌다. 기울어진 오피스텔에는 시설물의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하는 E 등급이 매겨졌다. 민원을 접수한 부산 사하구청은 닷새가 지난 이달 22일 수돗물과 가스 공급을 중단한 뒤 건물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입주민 긴급 대피도 진행했다.
이 오피스텔 외에도 주변 빌라와 원룸에서도 비슷한 기울어짐 현상이 발견됐다. 일대에는 200가구 공동 주택 공사가 진행 중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부산시, 사하구청 관계자들은 현장에 나와 긴급 안전 점검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25일 부산 D 오피스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 오피스텔 사고는 인허가, 공사, 감리, 준공 허가와 관련한 건축 적폐의 총합”이라고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 의원은 이 건물은 사용 승인을 받기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엘리베이터 공사 과정에서 기울기가 맞지 않아 3개월간 공사가 중단됐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입주 시점부터 방에서 물건이 저절로 굴러가는 등의 현상을 느낀 세입자들이 시공사에 항의했으나 그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D 오피스텔의 기울기는 최고 31분의 1, 최저 126분의 1이다. 건물의 기울기는 분모의 숫자가 작을수록 심각하다는 의미다. 최 의원은 “D 오피스텔 기울기가 최고 기준인 150분의 1을 초과하는 E 등급의 다섯 배를 넘어섰다”면서 “주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건축물을 보강공사할 것이 아니라 아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의원은 “관할구청은 이달 18일 오피스텔 부실과 관련해 첫 민원을 접수했지만, 즉시 대피령을 내리지 않다가 22일에야 늦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와 사하구는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반납하고 임시 거처 마련 등의 이주를 끝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연약지반 구조하에서 건축하려면 특수한 지형에 맞는 건축 허가 매뉴얼이 미리 마련됐어야 함에도 사하구에는 지금까지 이런 매뉴얼이 없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