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콱 죽어라” 남편에게 농약 건넨 아내 무죄 확정

입력 2017-09-26 16:30

말다툼 과정에서 “죽어버리겠다”는 남편에게 제초제를 건네 사망에 이르게 한 60대 여성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62·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씨는 2015년 5월 1일 경북 울진군의 자택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날 오전 남편이 고기잡이 그물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신씨는 남편이 말다툼 중 처지를 비관하며 “죽어버리겠다”고 하자 “이거 먹고 콱 죽어라”라고 말하며 ‘제초제(그라목손)’를 건넸다. 이후 신씨가 자리를 뜬 사이 남편은 제초제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며칠 뒤 제초제 중독으로 숨졌다.  

재판에는 신씨의 남편이 숨지기 전 병원에서 딸들과 나눈 대화와 ‘아내가 제초제를 건넸다’라고 적힌 자필 메모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의 쟁점은 남편이 숨지기 전에 적은 자필 메모와 녹음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 2심은 “피해자의 메모와 녹음 진술은 아내가 제초제를 건네줬다는 간략한 내용뿐이고, 그 시기와 경위 등 구체적인 정황은 담겨있지 않아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 “피해자가 실제 죽을 마음을 먹고 농약을 마신 것이라기보다는 부부싸움으로 발생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벌인 사건이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