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과녁’이라며 활 쏜 교감…교장 승진 앞둬

입력 2017-09-26 09:39
픽사베이

20대 여교사를 과녁 삼아 세워놓고 체험용 활을 쏴 논란을 일으킨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교장 승진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여교사에 대한 갑질과 과거 행정실 여직원 폭행 사실이 알려진 인천의 모 초등학교 교감 A씨는 지난해 교장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A씨가 작년에 교장 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교장 승진을 앞둔 상황”이라며 “교장 퇴직자가 빠져나간 빈자리에 교장으로 가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행정실 여직원 폭행 당시 교육청의 징계가 미미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인천 모 초등학교 교사 B씨(31·여)는 SBS에 “2005년 여직원 폭행 당시 교육청이 제대로 징계했으면 10여 년이 지나 여교사를 세워두고 체험용 활을 쏘는 황당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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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올해 6월 여교사 C씨에게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로 오라”며 호출했다. 교사가 교무실에 들어서자 교감은 “저기 과녁에 좀 가보라”며 손짓했다. 교감이 가리킨 캐비닛 위에는 A4 용지에 인쇄된 양궁 과녁이 붙어 있었다.

교감은 대나무 재질의 체험용 활시위와 화살을 들고 있었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에서 사용한 뒤 가져온 물건이었다. 40㎝ 정도 길이의 화살 끝에 흡착 고무가 달려있는 체험용 활이었다.

C씨는 무척 당황했지만 상사인 교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는 과녁의 점수를 확인해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과녁 옆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교감은 “과녁에 서 있어 보라”고 다그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C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억지웃음을 짓자 교감은 “(화살이) 오면 피하면 된다”며 “거기있다가 맞는다”고 위협했다. C씨가 머뭇거리는 순간,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 C씨 옆에 있는 과녁에 꽂혔다. 머리에서 20㎝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다.

C씨는 교무실을 빠져나온 뒤 모욕감과 수치심에 눈물을 쏟았다. C씨는 당시의 충격으로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받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하는 증세가 계속돼 교사 승급을 위한 자격연수도 받지 못했다.

변호사를 선임한 C씨는 교감에 대해 인격권 침해 등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교감의 공개 사과뿐 아니라 인천시교육청의 철저한 조사 후 징계를 요구했다. C씨는 또 평소 A씨가 인격을 모독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말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교감은 여교사에게 활을 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녹음된 대화 녹취에는 “과녁에 서보라”고 말하는 A씨의 음성과 화살이 과녁에 박히면서 나는 소리가 녹음됐다.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해 A씨 측에 해명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A씨는 2005년 다른 초등학교에서 부장교사로 근무할 때 행정실장(여·당시 8급)을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징계 대신 ‘불문경고’ 조치만 하고 넘어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