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지 ‘맥심’이 마광수 교수를 표지에 세운 이유

입력 2017-09-25 21:12

남성잡지 맥심이 고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를 추모하는 헌정 특집호를 발행한다. 한국판에서 처음으로 표지에 남성을 세웠다.

맥심은 25일 마 전 교수의 사진으로 채운 10월호 표지를 공개했다. 이영비 편집장은 “고인이 생전에 ‘즐거운 사라’의 판금 해제를 볼 수 있길 여러 차례 피력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마 전 교수의 타계는 한 순간의 이슈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연구와 재조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시도가 실패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일보로 남았으면 한다”며 “자유로운 비평의 영역에서 대중에게 평가받는 것이 고인의 바람이었던 만큼 막연한 추모만이 아니라 그의 업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마 전 교수는 지난달 5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저서 ‘즐거운 사라’는 지금까지 논쟁을 부르는 소설이다. 교수와 여대생의 관계를 그린 이 소설은 1990년 문학의 윤리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논란을 촉발했다.

마 전 교수는 1992년 10월 29일 서울 연희동 연세대 강의실에서 검찰에 구속됐다. 그 두 달 전 개정판으로 발간한 ‘즐거운 사라’가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마 전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음란문서 제조 및 반포였다.

마 전 교수는 그해 12월 28일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1심이 끝날 때까지 구속기소됐던 마 전 교수의 직위는 이미 해제된 뒤였다. 3년 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완전히 해임됐다. 1998년 사면을 받고 강단에 다시 설 수 있었다.

맥심은 2002년 한국판을 창간한 뒤 지금까지 전면 표지에 남성을 앞세우지 않았다. 맥심 관계자는 “25년 전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작품 ‘즐거운 사라’의 해금을 간절히 기원하는 의미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맥심은 다양한 문화평론가와 학자, 법률가, 사회운동가들이 참여해 고인을 추모하고 재조명하면서 측근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인의 바람, 타계 직전의 정황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