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결정적 원인이 과도한 우현 조타각 조정과 이로 인한 적재 화물 쏠림이라는 국내 연구진 논문이 저명한 선박해양공학 국제 학술지에 등재됐다. 서울대 연구팀은 침몰 당시와 가장 근접한 시나리오를 찾기 위해 7166만회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일각에서 침몰 원인으로 제기한 외부 충돌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세월호 전복의 전후 상황 수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세월호 침몰 당시와 가장 근접한 시나리오를 찾기 위해 7166만회에 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사고 원인을 도출하고자 했다. 과거 미국 타이타닉호의 사고 원인도 이와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팀은 서울대 해양유체역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선박 조종운동 수치 해석 프로그램’을 세월호 사고 당시의 물리적 현상에 맞도록 수정해 연구했다. 세월호 개조 전의 선박인 페리 나미노우에호의 시운 전 데이터와 비교해 세월호 운항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매일경제가 입수·보도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사고 경위를 총 4가지로 정리했다. 초기 우현 선회 발생, 과도한 선회각 발생, 선속의 급격한 감소, 과도한 횡경사각 발생이다.
연구팀은 세월호 운항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화물이 과도하게 적재된 상황에서 출발해 횡경사 복원력이 심각하게 손실됐다는 것이다. 화물의 양이 많다 보니 배가 기울어졌을 때 쉽게 복원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과도한 우현 조타, 즉 급격한 우회전도 원인으로 꼽았다. 과도한 우현 조타로 회전 방향의 반대쪽으로 원심력에 의해 외방 경사가 발생하면서 화물 이동이 시작됐다고 했다. 정상 원운동시 원심력이 바깥으로 작용해 수면 상부의 선체는 타각을 준 반대쪽인 선회권의 바깥쪽으로 경사하는데 이를 외방 경사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애초에 과적으로 세월호 복원성은 현저히 악화돼 있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선회한 뒤 배는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중심을 잃으며 선체는 왼쪽으로 기울어 화물이 한쪽으로 쏠렸고 갑판에 침수를 일으킬 정도로 횡경사각이 발생해 침몰했다.
김 교수는 “화물의 과적·고박이나 조타의 문제 중 어느 하나라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침몰의 결정적 방아쇠가 된 과도한 우현 조타각은 사람(3등 항해사) 조작 실수이거나 기계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원인에 무게를 둘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세월호 침몰 시뮬레이션’은 지난 6일 선박해양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해양환경엔지니어링저널’에 실렸다.
김 교수 팀이 발표한 사고 원인은 2014년 10월 검찰이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검찰도 선원들의 진술과 침몰 상황 증거분석 등을 근거로 무리한 선체 개조,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최근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4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G센서(충격감지장치)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크게 기울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은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은 외부 충격이 아닌 배 자체가 갖고 있던 문제였음을 보여준다”며 “참사 당시 세월호는 급격히 방향을 꺾지 않더라도 선체가 크게 기울어져서 다시 바로 세우지 못할 만큼 복원성이 불량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급격한 화물의 쏠림 현상을 보여준 일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이후 처음으로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온 셈이다.
김 교수는 검찰의 세월호 수사와 재판 과정의 원인 조사 작업에도 참여한 국내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대표 석학이다. 영국 왕립조선학회 석학회원이며 세계적 선박 인증기관인 영국 로이드선급협회의 연구기금에서 2008년부터 약 45억원의 발전 기금을 지원받아 연구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