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朴정부 ‘쉬운해고·취업규칙완화’ 양대지침 폐기

입력 2017-09-25 13:09

저성과자를 쉽게 해고하고 취업규칙 요건을 완화토록 한 박근혜정부의 ‘양대 노동지침’이 공식 폐기됐다. 양대지침을 ‘노동개악’이라 비판하며 노사정위를 탈퇴한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첫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양대지침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박근혜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 1월 단행한 양대 지침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가리킨다.

일반해고 지침은 기업들이 절박한 경영상 이유 없이도 ‘저성과자’라는 명목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기업이 저성과자에게 재교육·배치전환 같은 형식적인 기회를 준 뒤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쉽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사측이 자의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양대지침을 ‘쉬운 해고’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양산하는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박근혜정부의 강행 처리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월 22일 양대 지침이 강행 처리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서 탈퇴하며 노사정 대화가 전면 중단됐다.

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양대지침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노동부는 양대지침 도입에 관해 노사 간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노정 갈등을 불렀다고 밝혔다. 또 지침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민·형사상 소송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지속된 점도 꼽았다.

이번 양대 지침 폐기는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도록 명분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양대 지침 폐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양대 지침 폐기를 내걸었고, 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노정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동계는 사회적복귀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양대지침 폐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2대지침의 공식폐기를 선언한 것은 다행스런 일로 환영한다”며 “(이는)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형편없이 파괴됐던 노-정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5일 오전 10시30분 회원조합 대표자회의를 열어 조직의 의견을 수렴한 후 사회적대화 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26일 오전 11시 김주영 위원장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저성과자 해고를 쉽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노조와 노동자 과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양대지침 폐기를 환영한다”며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첫 걸음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대지침 폐기 결정이 행정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동기본권,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고용는 부당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노동시간·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