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고된 투병생활로 인해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2중고를 겪고 있어 이들의 사회 및 경제활동을 돕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장연구학회(회장 진윤태·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17 행복한 장(腸)해피바울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환자 5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 ,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이 93.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46.9%)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77.8%, 현재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환자 중 질환으로 인해 직장생활 혹은 학교생활을 중단했다는 응답도 76.2%로 나타났다. 장질환과의 싸움이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최근 희귀질환관리법 제정에 따른 정부의 산정특례 대상질환 조정 작업과 관련,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응답 환자 98.9%가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이 외에도 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고충이 커서 정서적으로 우울감/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77.3%,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52.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질환에 따른 치료비 부담은 높고,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3.9%가 한 달 평균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50만원 이하라고 답했지만, 50~100만원을 지출한다는 비율도 20.7%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급여 치료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자는 45.4%, 비급여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자는 30.0%로 집계됐다.
이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환자도 32.9%나 됐고, 83.2%는 치료비 부담으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치료비 부담은 높은데 반해 소득이 평균보다 낮다는 점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본인 소득을 기준으로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이 46.9%에 달한 것이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산출해도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5.8%, 2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19.5%로 나타나는 등 전체의 53.6%가 월평균 300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염증성 장질환이 10~20대의 젊은 환자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구 월 평균 소득 역시 399만원 이하인 가정이 전체의 66.0%를 차지했는데, 이는 도시 근로자 가구 당 월 평균 소득 약 442만원 보다 낮은 수치다. 원래 소득 수준이 낮은 것에 더해 전체 응답자의 77.8%는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 부담을 더 키우고 있었다.
또,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28.5%의 응답자 중 76.2%는 질환으로 인해 직장생활을 그만두거나 학교 생활을 중단해 질환이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창 사회생활이 활발해야 할 30대가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88.1%로 조사 대상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업무/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76.6%)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질환은 20~30대 젊은 층의 구직활동에도 영향을 미쳐서, 이력서 작성과 면접 등의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77.6%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크다 보니 전체 응답자의 80.0%는 희귀질환자 대상의 의료비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정부 지원 중 진료비 본인부담이 큰 중증질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 제도 혜택을 받고 있는환자들이 많은데, 만약 염증성 장질환이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응답이 98.8%로 거의 모든 환자들이 정부 지원이 축소될 경우 치료비 부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생활/일상생활의 불편함 크게 느껴,정신적 고충도 커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들의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93.2%가 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 가사 등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가운데, 학교 또는 직장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낀다는 응답이 73.7%로 주변 사람들의 오해나 편견 해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불편함으로 회식 메뉴 선택 시 제한/불편함을 느낀다는 응답이 94.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장기여행 계획에 차질을 겪는다(90.2%), 신체 활동에 제약을 느낀다(82.0%),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 제약을 느낀다(82.0%)고 응답한 환자들도 많았다.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구체적인 형태를 살펴보면,전체 응답자 중 51.2%가 6개월 이내에 염증성 장질환으로 ‘결근/결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해당 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결근/결석 횟수는 10회였다. 40.5%는 ‘조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퇴나 결근/결석의 주된 이유로는 업무/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84.5%)과 외래 진료(78.8%) 입원(34.9%) 등의 순서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사회활동이 왕성한 20~30대 젊은 세대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주목되는 것은 질환으로 인한 조퇴/결근/결석이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유가 질환 때문임을 알린 환자는 69.3%에 그쳤다는 점.
나머지 30.7%는 질환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있었다. 승진/업무 배정 혹은 학교 생활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56.3%였다. 장질환자 2명 중 1명 이상이 질환으로 인한 고통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역시 크다는 뜻이다.
질환으로 인한 고충은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정서적으로 우울감/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7.3%,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52.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조기 진단율 높아졌으나,질환 관리 여전히 어려움,사회 이해와 정부 지원 지속돼야
학회는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 및 관리 실태도 살펴봤다.
그 결과 염증성 장질환 진단을 받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3개월 미만(33.9%) > 3~6개월 미만(20.2%) > 6개월~1년 미만(15.6%)로 예년 조사에 비해 진단 시기는 비교적 빨라졌으나, 아직도 30.4%의 환자들은 진단을 받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염증성 장질환으로 3년 내에 입원을 경험한 응답자가 62.9%, 수술을 경험한 응답자가 24.4%, 전신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특성상 염증성 장질환 외의 다른 동반질환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0.7%로 나타나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장기적 또는 평생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지칭한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 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서구 식생활 등도 요인이 되며,환자들은 장의 염증으로 인한 설사,혈변,복통 등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해 고통받고 있다.
진윤태 대한장연구학회장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도 심각하지만 학업이나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적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치료비 부담은 줄지 않다 보니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면서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난치성 질환이지만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질환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환자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충분히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염증성 장질환 환자, 사회적 배려 강화해야”
입력 2017-09-25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