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김영태(54)씨는 23일 오후 11시30분쯤 강남구 역삼동에서 손님 4명을 태웠다. 명동의 한 호텔로 가달라며 술에 취한 목소리로 주문한 이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손님을 내려준 뒤 김씨는 일본인 손님이 흰색 가방을 놓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방을 열자 1만엔 권 217장(한화 2200만원)과 일본 여권, 옷가지가 담겨 있었다. 큰 액수에 놀란 김씨는 손님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렇게 다음날 오전 7시30분 김씨는 서울 중부경찰서를 찾아 “가방 주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게 말을 걸었다. 경찰은 “이렇게 큰 액수는 처음 본다”며 놀랐다. 중부경찰서로 돈가방이 접수된 지 2시간 만에 일본인 남성 한 명이 뛰어왔고 그는 택시운전사 김씨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방 주인 츠지야 겐타(45)씨는 사업차 한국을 찾았고 총무를 맡아 돈을 보관하던 중 가방을 잃어버려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택시 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현금으로 결제해 결국 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겐타씨와 함게 온 한국 거래처 사장 조훈(42)씨는 “겐타씨만 아니라 함께 온 동료 7명의 돈이 모두 들어있던 가방이었다”며 “김씨 덕분에 모두 한숨 돌렸다”고 전했다.
가방에 든 2200만원은 김씨 가족에겐 2, 3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내 돈도 아닌데 욕심이 왜 생기겠냐”라며 “평소에 가난하더라도 정직하게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