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 날뛰는 동북아… “北 전쟁난민 사살” 말한 日부총리

입력 2017-09-24 15:58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뉴시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반도 유사시 난민 유입을 언급하며 “무장했을 경우 사살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4일 아소 부총리가 하루 전 우쓰노미야 강연에서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을 예로 들며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으로부터 난민이 밀려올 수 있다. 일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는 “난민이 무동력 보트에 탑승해도 조류를 타고 니가타, 야마가타, 아오모리 등에 도착할 것”이라며 “10만명 단위로 난민이 일본에 도착하면 이들을 어디에 수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은 유입에 대응하고 자위대는 방위 출동할 것인가. 사살할 것인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대응을 생각하는 것이 정치에서 할 일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인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집권 자민당을 이끌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한반도 안보 위기 때마다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난민도 이미 거론했다. 지난 5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에서 “한반도 비상사태 시 일본에 많은 난민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살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폭탄’이 오가는 과정에서 아소 부총리 등 일본 극우인사들은 연일 ‘전쟁’을 언급하며 한반도 안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아소 부총리가 말한 ‘방위 출동’은 일본이 공격을 받거나 위험성이 명확한 무력 공격사태에 대해 인정받고 있을 뿐 난민 유입에 대한 대응에서 상정되지 않는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안에서도 비판 여론을 부추겼다.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위험을 즐기는 전쟁광” “틀림없는 나치 숭배자” “‘평화의 나라’라는 일본에서 부총리가 난민과 사살을 언급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본 외교관 출신인 마고사키 우케루는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상궤에서 벗어났다. 난민을 사살하는 나라가 세계 어느 곳에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소설가 나카자와 게이는 “언어도단이다. 오늘 도쿄 신주쿠에서 헤이트스피치 시위가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자각이 결여된 통찰력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