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경찰관, 동료 여경 시켜 피해자와 합의 시도

입력 2017-09-24 13:57

홀로 자고 있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이 동료 여경을 시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4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 금정경찰서 등은 지난 3일 경남 함양군의 한 펜션 객실에 들어가 홀로 자고 있던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A경사가 동료 여경을 시켜 피해자와 합의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경사의 동료 여경인 B경사는 사건 이후 8일 부산에서 일하는 피해자를 찾아갔다. A경사 부부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으니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와 만난 B경사는 자신을 성추행 사건 담당 경찰관이라고 소개하고 피해자와 근처 카페로 가서 얘기를 나눴다.

피해자는 B경사가 사건과 관련된 상담을 해주려 찾아온 여경이라 생각하고 순순히 뒤를 따랐다. 그러나 B경사는 이 자리에서 “가해자가 동료 경찰관인데 직장을 잃게 돼 불쌍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그때까지 가해자가 경찰관인지도 몰랐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여러 차례 가해자와 합의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기에 더 분개했다.

A경사 등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까지 알아봤다는 생각에 피해자는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경찰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B경사를 금정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B경사는 경찰 조사에서 “A경사 부부가 피해자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해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피해자 직장은 A경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A경사는 며칠 뒤 금정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피해자의 직장을 알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며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의 직장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A경사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