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라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김규리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인터넷에선 사건의 시초였던 미니홈피의 글과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올린 인스타그램의 글이 회자되면서 한때 김규리의 별명이었던 ‘청산가리녀’ 탄생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배우 김규리의 인터뷰를 전했다. 김규리는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다”라며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삶 틈 사이사이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또 “너 왜 아직 안 죽었어? 죽어 죽어 죽어. 계속 죽으라고 하니까 진짜 시도했었다”고 고백하며 “세금을 안 밀리려고 돈 없으면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냈었는데…”라고 허탈해했다.
지난 12일 김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MB 국정원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었다는 뉴스 화면을 캡처한 뒤 “이 몇 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되었다니...”라는 글도 썼다.
김규리가 캡처한 뉴스 화면은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11일과 12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문건이다. 이 문건은 MB 정부 당시 비판적 견해를 보였던 연예인들, 이른바 ‘블랙리스트’ 운영 결과 보고서다.
여기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김민선이 등 8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김민선은 김규리가 개명하기 전 활동했던 이름이다. 문건에는 “분야별로 퇴출활동을 전개했다”고 적혀 있다.
김규리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는 소신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 김규리가 쓴 글이 캡처된 이미지로 퍼지고 있다.
2008년 여름, 김규리는 MBC ‘PD수첩’을 통해 광우병 위험성이 알려지자 미니홈피에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LA에서 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라고 썼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고 주장한 김규리는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은 700도로 가열해도 남고 사용된 칼이나 도마 절삭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며 한번 사용된 기구는 버리고 또 소각해도 살아남는다”고 부연했다.
“나랏님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사람. 국민의 혈세로 숨을 쉬는 사람 그것이 정부고 나랏님인 것이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김규리는 “자신의 나라를 존경하지 않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존경하지 않는 그런 불상사는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 업체는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에서 김규리가 승소했다. 이후 2심 진행 중 원고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소송은 마무리 됐다.
그러나 김규리는 미국의 한 유명 햄버거 매장에서 미국산 쇠로기로 만든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동영상과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이 사진은 광우병 파동이 발생하기 전에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청산가리녀’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민선의 연관검색어에도 ‘청산가리녀’가 뜨자 결국 김민선은 2009년 김규리로 개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