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이 연단에서 북한의 최고 존엄(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지칭)을 건드리고 우리를 위협하는 망발과 폭언을 늘어놓았다”며 “나도 같은 연단에서 같은 말투로 대답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과 자고자대가 겹친 정신이상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우리 국가의 최고 존엄을 로케트와 결부하여 모독하려 했지만 오히려 전체 미국 땅이 우리 로케트의 방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데 대해 반발하면서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자살공격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외무상은 “세계 최대 핵 보유국의 최고 당국자가 우리에게 ‘화염과 분노’를 들씌우겠다, ‘완전 파괴’시키겠다고 폭언하는 것보다 더 큰 핵 위협이 어디에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북한은 미국 때문에 핵을 보유하고 오늘의 경지로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사태의 본질은 북한을 적대시하며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미국과 그에 맞서는 북한 사이의 대결”이라며 “우리의 핵무력은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억제력이며 최종 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다만 “미국의 반 북한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 핵무기로 위협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안보리가 미국 등 핵을 보유한 상임이사국들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면서 북한에 대해서만 차별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은 “국제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한 오직 힘에는 힘으로 맞서야 하며 폭제의 핵은 정의의 핵망치로 다스려야 한다”고 핵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