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단호한 판결문 처음”…‘초등생 살인’ 재판에서 터져나온 박수

입력 2017-09-22 16:57


8세 여아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소녀 2명에 대해 법원이 22일 법정최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범 김모(16)양과 공범 박모(18)양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이날 오후 열린 두 사람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김양에게 징역 20년형을, 박양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전자발찌 30년 부착명령도 내려졌다. 검찰이 지난달말 결심공판에서 구형한 것과 같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참혹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했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해자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애통함과 죄책감, 가해자에 대한 극심한 분노에서 고통받을 유족의 심정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 “주범의 심신미약·자수·우발범행 인정 못해”

재판부는 이날 직접 살인을 저지른 주범 김양이 내세운 논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양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피고인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직후에도 사체 운반이 쉽도록 절단하고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청이 들렸다거나 다중인격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검찰조사에 보면 현실능력이 인정되고, 다중인격은 기분에 따른 대처방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양이 자발적으로 자수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 대한 자수는 신고가 자발적이더라도 객관적 범죄사실을 신고해야 성립한다”며 “피고인은 본인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다가 집에서 증거가 발견돼 경찰이 추궁하자 그 이후 진술해 긴급체포됐다”고 말했다.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 당일 새벽부터 남양주 살인사건 등을 검색했고, 어머니 선글라스와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는 등 범행 이전부터 계속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김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범 진술 신빙성 있다…공범도 살인에 본질적 기여”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공범 박양에게 주범 김양보다 높은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소년법상 만 16세인 김양은 최고형량이 20년으로 제한되지만 만 18세인 박양의 경우 이런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범보다 공범의 검찰 구형량이 높은 부분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재판부는 박양이 직접 살인을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살인을 사전에 공모했고, 박양은 이 과정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또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김양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양이 초반에는 각별한 유대관계를 고려해 피고인의 존재를 감추려 했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술을 번복했다”며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김양의 진술을 전반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양이 피해자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치밀한 계획범죄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제 신체 일부라는 걸 알았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밀실카페에서 김양이 잠들었을 때 컵라면을 먹기도 했다”며 “사체 입수경위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취하기 힘든 태도”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공모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거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가 김양과 박양이 내세운 논리를 반박하며 법정최고형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방청객 사이에선 “이렇게 단호한 판결문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