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를 보면 가을 왔다는 게 느껴진다'

입력 2017-09-24 09:00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전국에 비와 우박이 내렸다. 이날 내린 비에 떨어진 것은 기온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은행 역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다소 이른 시기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진 은행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은행은 왜 이렇게 악취가 나는 것일까.

은행 열매 특유의 악취는 말랑한 겉껍질에서 난다. 이곳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2가지 물질이 바로 은행 악취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빌로볼은 무색 바늘 모양 결정을 가지고 있는 화학 물질로 피부에 닿으면 심할 경우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은행산 역시 일종의 독성 물질로, 오랜 시간 피부에 닿으면 좋지 않다.

은행이 이렇게 독한 성분으로 무장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고약한 냄새는 짐승이나 곤충이 열매를 먹는 것을 방지한다. 독한 자기방어수단을 가진 은행나무는 병충해나 공해에도 강하다. 이렇게 탁월한 매연 및 중금속 흡수 능력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절대적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장점도 많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악취를 견디기란 쉽지 않다. 악취를 없애기 위해 열매가 열리지 않도록 수나무만 심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묘목으로 자라나기 전까지 외관으로 암수를 구별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린 은행나무는 심은 지 30년 정도가 지나야 종자를 맺을 수 있다. DNA 분석을 통해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이 2011년 개발되었지만 아직 널리 쓰이지는 않고 있다.

은행은 이처럼 우리에게 후각적으로 고통을 준다. 하지만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E가 들어 있으며 100g당 180㎉ 로 열량도 낮다. 두뇌에 좋은 레시틴(lecithin)과 칼슘 흡수를 돕는 에르고스테린(ergosterin)도 들어 있다. 그러나 독성물질이 있어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한다. 성인은 하루 10알, 어린이는 2~3알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