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에 쓰자”… 팬 ‘서포트’ 문화에 분 변화의 바람

입력 2017-09-23 09:00 수정 2017-09-23 09:00
지난 19일 배우 송중기의 생일을 맞아 공식 팬클럽 ‘키엘(Ki Aile)’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약 1985만원을 전달했다. 연예인에게 직접 선물을 주는 게 아닌 ‘기부 축하’로 선물을 대신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연예인 팬덤 사이에서는 의미 있는 일로 축하 서포트(Support·팬들이 연예인에게 보내는 선물 등을 의미하는 말로 쓰임)를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축하 서포트 방식 변화 양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사진='바보의 나눔' 공식 인스타그램

◇ 모금액 전달하는 ‘기부형(型)’

송중기 팬클럽이 생일을 기념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일정액을 기부한 것처럼 병원이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유형이다. 지난 9월 5일 피겨여왕 김연아의 생일을 맞아 팬 연합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1160만원을 기부했다. 8월 18일 생일을 맞았던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8180만원을 본인이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에 기부한 것에 이어 팬들도 365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5월 27일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2’ 당시 개인 연습생 신분을 이유로 김재환이 생일선물을 사양하자 팬들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김재환은 현재 ‘워너원(WannaOne)’ 으로 활동 중이다.

배우 서현진이 '사랑의 온도' 기자간담회에 팬들이 보낸 쌀 화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현진 트위터

◇ 취약계층에 쌀과 라면을… ‘실속화환형’

생일과 같은 개인적 이벤트에는 기부형 서포트를 많이 진행하는 반면, 드라마 방영을 앞둔 배우나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서포트하는 방법으로는 ‘쌀 화환’과 ‘라면 화환’이 대세다. 18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출연하는 배우 서현진에게 팬들은 300㎏에 달하는 쌀 화환을 선물했다. 그룹 ‘워너원’의 팬들은 지난 8월 7일 치러진 데뷔 쇼케이스 ‘프리미어 쇼콘’을 기념해 쌀·라면 화환을 보냈다. 행사 이후 버려지는 일반 장식용 화환과 달리, 장식을 최소화하고 300㎏ 내외의 쌀 또는 라면 수십 박스를 쌓아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쓰인 대량의 쌀과 라면 등의 음식들은 행사 직후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전달된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연습생 임영민 팬 연합이 심은 나무 / 사진=트리플래닛 홈페이지

◇ 나무 심는 ‘환경사랑형’
여의도에는 ‘인피니트 숲’과 ‘소녀시대 숲’ 등 여러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붙여진 나무들이 있다. 일명 ‘스타 숲’으로 불리는 이 숲들은 사회 혁신 기업 ‘트리플래닛’과 팬들이 함께 진행하는 ‘스타 숲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다. 주로 “데뷔 ○주년 기념” “○번째 생일 기념” 등의 문구가 걸린다. 이런 숲은 국내를 넘어 인도, 부룬디 등 해외 곳곳에도 조성되기 시작했다.

‘K-pop’과 드라마를 통한 한류 열풍으로 국내 연예인들의 팬 범위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그에 따라 ‘서포트’ 활동에 다(多)국적 팬들까지 동참하는 상황이다. 진화한 한류 콘텐츠만큼 성숙해진 팬들의 의미 있는 서포트는 또 하나의 한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