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22일 6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퇴임식에서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허용되는 순간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열고 "오랜 법관 생활에서 국민의 신뢰야말로 사법부의 유일한 존립 기반임을 확신하고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재판 결과에 대한 비판의 정도가 나날이 세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42년 법관 생활을 시로 표현했다. 그는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 소리 들으려면/ 속은 으레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그 물론 굽은 등걸에/ 매 맞은 자국들도 남아 있어야'라는 시를 인용, “그저 오래된 법관에 그치지 않고 온 몸과 마음이 상처에 싸여있는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이 됐다.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을 역임한 뒤 2011년 이명박정부 대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