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에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지난달 초 ‘괌 포위사격’ ‘화염과 분노’ 등의 설전을 벌인 북·미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미 합중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관련해 9월 21일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며, 이 같은 성명은 김정일 집권 시기에도 없었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조만간 또 한 번 군사 도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왔다”며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의 어떤 정도의 반발까지 예상하고 그런 괴이한 말을 내뱉었을 것인가를 심고(고심)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불망마니’ ‘깡패’ 등으로 칭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 최대의 공식 외교무대인 것만큼 이전처럼 자기 사무실에서 즉흥적으로 아무 말이나 망탕 내뱉던 것과는 구별되는, 틀에 박힌 준비된 발언이나 할 것으로 예상하였다”며 “그러나 미국 집권자는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올라앉아 세계의 모든 나라를 위협·공갈하며 세상을 여느 때 없이 소란하게 만들고 있는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카미카제식’ 자살공격에 빗댄 핵개발도 계속해나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숨김없는 의사 표명으로 미국의 선택안에 대하여 설명해준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화염과 분노’ 발언보다 더 강경하고 직접적인 경고를 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화염과 분노’ 발언은 단순히 김정은과 그의 정부를 제거하려는 위협으로 해석됐지만 ‘완전한 파괴’는 북한 주민에게 그들이 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절멸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신호를 준 것 같다”며 “몹시 중대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