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시장 아기 수천명 팔려… 일부는 아기농장서 출생

입력 2017-09-21 13:58
사진=신화AP뉴시스

영국 BBC는 21일 1980년대 수천명의 스리랑카 아기들이 해외입양을 명목으로 팔려나갔다며 스리랑카 정부가 이를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유럽으로 팔려나간 아기들은 최대 1만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입양 관련 서류들은 대부분 허위로 작성됐다. 특히 일부 아기들은 아기 농장(baby farm)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에만 약 4000명의 스리랑카 아기들이 입양됐으며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로 스리랑카 태생 아기들이 입양됐다.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보건장관은 입양된 아이들이 친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DNA 데이터베이스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로 입양된 로완 반 벨렌(27)은 스리랑카를 방문해 친엄마를 찾아볼 계획이다. 로완은 네덜란드의 스리랑카 출신 입양아들의 친엄마 찾기를 돕기 위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입양아들의 DNA 은행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다큐멘터리 제작사 젬블라는 지난해 11월 친엄마가 아닌데도 친엄마 행세를 하며 아기를 파는 등 비윤리적 사례들이 적발됐다며 해외 입양을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자 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입양아의 출생증명서와 이름, 친부모의 인적 사항 등이 모두 허위로 작성됐음이 드러났다.

또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일부 현지 병원 관계자들이 아기 밀매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산모에게 신생아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기를 빼돌려 판다는 것이다. 한 여성은 병원에 관계된 인물로부터 2000루피(약 3만4000원)을 받고 아기 엄마인 것처럼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1987년 '아기 농장' 한 곳이 적발되면서 국가 간 입양을 금지시켰다. 당시 아기 농장에는 팔려 나갈 아기 20명이 발견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아기 농장의 여성들은 3미터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쳐진 교도소 같은 곳에 수감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아기를 낳아야 했다.

세나라트네 보건장관은 "스리랑카 정부는 아기 밀매조직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아기 밀매는 인권을 유린하는, 매우 잘못된 것으로 조사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양아들과 친부모를 연결시키기 위한 특별기구 설립을 검토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