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

입력 2017-09-21 10:27 수정 2017-09-22 16:02
유튜브 채널 '티비오월' 캡처

가습기 살균제 3단계 판정자 윤미애씨는 가족 건강을 위해 살균제를 사용하다 2005년 첫째 아이를 잃었다. 함께 병실에서 살균제가 포함된 공기를 마셨던 윤씨는 2014년부터 급격하게 체력이 악화됐고 긴급 폐이식을 받았다. 의사는 그의 생존 가능성을 5년으로 내다봤다. 당시 수술로 목에 구멍이 뚫린 윤씨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현재는 회복 중에 있다.

윤씨는 2005년 큰아이가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으로 입원해 건조한 병실에 가습기를 틀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써 가족 건강을 챙기려 했던 그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사용했다. 첫아이는 살균제의 여파로 그해 급성곤란 증후군과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와 함께 살균제가 포함된 공기를 마셨던 윤씨는 3년 전부터 체력이 악화됐고 올해 5월 의식을 잃었다. 


그는 긴급 폐이식 수술로 목에 구멍이 뚫렸고, 윤씨가 폐이식을 받고 배속에서 영향을 받아 태어난 둘째도 윤씨와 같은 3단계 판정이 났다. 현재 윤씨는 남편이 옆에서 입모양을 보고 통역을 해줘야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윤씨는 몸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티비오월’에 “다른 피해자들도 다 어려운 상황이니까 빨리 제대로 된 피해 구제가 이뤄지면 좋겠어요”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라며 “(아이들이) 어린데 우울증이 오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하며 울먹였다. 이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닦았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윤씨는 홀로 격리된 병실에서 생활한다. 한 달 입원비는 1500만원으로 매달 300만원에 달하는 약 값도 지불해야 한다. 남편은 항상 곁을 지키고 있으며 아이들은 친가와 외가를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남편 김진국씨는 낮에는 병실에서 아내를 돌보고 밤에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벌기 위해 공항버스 심야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원래 무역회사에서 근무했으나 야간에만 시간을 낼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를 택했다.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은 이후로 가정이, 집안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옥시 및 가해 기업에서 판매한 제품이 몇 백병”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추정 인원은 5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피해가 드러난 피해자조자 옥시나 정부는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피해 확실(1단계), 가능성 크다(2단계), 적다(3단계), 없다(4단계) 총 4단계로 분류해 판정했다. 1~2단계 피해자들은 일부 기업에서 보상을 했고 의료비 지원도 이뤄지고 있으나 3~4단계 피해자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윤씨와 윤씨의 아이 역시 3단계를 판정받아 정부나 가해 기업에게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아내에게 “안 아팠던 때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자기가 그래도 옆에 있는 게 힘이 돼. 남편으로서, 아파로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자기도 힘내고 좋은 생각하면서 가자. 사랑해”라는 말을 남겼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