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다루기 위해 21일 오전 가진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충돌했다. 안 전 대표는 자율투표 방침을 고수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당론 결정을 요구했다.
이날 먼저 발언에 나선 안 대표는 “저는 우리당 의원 40명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며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독립적인 사법부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으로 판단해주시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자율투표 방침을 유지하자는 얘기였다.
안 대표의 발언 이후 박 전 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발언을 하며 국민의당의 현 대표와 전 대표가 부딪히는 모양새가 됐다. 박 전 대표는 “의총에서 입장을 가급적 빨리 발표해야 한다”며 안 대표의 자율투표 방침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우리는 선도정당으로서 명확한 입장을 먼저 정리해 발표함으로써 우리가 정국을 이끄는 모습을 지난 20대 개원초에 해왔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가 항상 결정이 늦고 뒤로 따라가기 때문에 늘 2중대 당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우리가 김 후보자를 가결시켜 줬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측이 협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며 “당장 헌법재판소장도 재임명하면 국회 인준을 해야 하고, 감사원장도 12월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가결 이후에도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카드가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가결 찬성을 유도하는 발언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이유를 막론하고 문 대통령이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두 사람에게 간곡한 전화를 했고, 김 후보자 청문회는 역대 어떤 청문회보다 도덕성에 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면한 사법개혁의 가장 필요한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선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기독교계에서 많이 우려했던 동성애, 군형법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는 그런 판결도 하지 않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정 의원은 “국민적 관심 집중되고 20대 국회 최대 결정 중 하나인 중대투표에서 책임있는 정당이 방향을 갖지 않는다는 건 책임정치 주체로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대법원장 인준 투표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최소 권고적 당론을 가져야 수권대안세력을 지향할 수 있다”며 “저는 인준 투표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이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