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는 행복”…60대 부부의 남다른 취미

입력 2017-09-20 17:02
페이스북 페이지 'CosplayParents'

“저희는 노년을 즐기며 인생을 누리고 싶어요. 코스프레를 하고 행사에 가는 건 늘 행복한 일이랍니다.”

스티븐 타니와 밀리 타니는 결혼 27년차의 60대 부부다. 이들은 현직에서 은퇴한 후, 남은 인생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찾다가 3년 전 할로윈 파티에서 둘에게 꼭 맞는 취미생활을 찾았다.


두 사람은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딸의 권유로 2014년 10월 디즈니 리조트에서 열리는 ‘미키마우스 할로윈 파티’에 참여했다. 할로윈 의상을 고르던 중 애니메이션 ‘업’에 나오는 칼과 엘리로 변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위 사람들도 이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코스프레에 흠뻑 빠지게 됐다.

이후 이들은 메리포핀스, 굴뚝 청소부 버트, 캡틴 아메리카, ‘주토피아’의 주디와 닉, ‘스타워즈’의 한 솔로와 레아 등 유명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고 각종 행사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소품들을 활용해 의상을 맞췄지만 지금은 중고매장과 사이트를 뒤져 의상을 구매하고 제작하기도 한다. 의상 한 벌 제작에는 약 2개월을 투자하며 바느질은 아내가 맡는다.


“저희는 둘 다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이에요. 그래서 처음 코스프레를 할 때 사람들이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깜짝 놀랐어요. 나이도 그렇고…아시안 부부인 저희를 사람들이 어떻게 대할지도 알 수 없었거든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반갑게 대해줘 자신감을 갖게 됐고 편안해졌어요.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됐죠.”


대학생 시절부터 코스프레를 즐겨했던 딸이 “엄마 아빠가 절 괴짜로 만든 건지, 제가 그렇게 한 건지…”라고 하면 부부는 “다 네 잘못이야! 네가 우리를 팬덤의 세계로 이끌었고 우린 완전히 즐기고 있어”라고 응수한다. 

스티븐과 밀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코스프레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이 부부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아요. 남은 생애도 즐기며 살 거예요”라며 “한 1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