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특혜 채용은 변호사에 그치지 않았다.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도 청탁과 특혜 등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청탁을 받아 채용인원을 조작하는가하면 금감원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합격자가 불합격하고, 불합격자는 합격자로 둔갑했다.
감사원은 20일 ‘금융감독원 기관 운영 감사’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발생한 채용비리와 유사한 부당 채용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금감원은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을 받고, 필기전형에서 불합격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필기전형 인원을 제멋대로 늘렸다.
A국장은 지인에게서 지원자 B씨에 대한 합격문의를 받은 뒤 채용 담당자에게 “B가 필기시험 합격가능한 수준인가”라고 물었다. 이후 담당자로부터 “필기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A국장은 B씨가 지원한 분야의 필기전형 합격대상을 늘리도록 지시해 B씨를 통과시켰다. A국장은 B씨의 면접위원으로도 참석해 B씨를 포함한 5명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나머지는 8점 이하를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B씨는 금감원에 최종합격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오고도 ‘지방 인재’(채용인원의 10% 배정)로 선발되기 위해 ‘대전 소재 대학 졸업’으로 조작한 뒤 합격한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필기전형 합격을 취소하지 않고 이 지원자를 최종합격시켰다. 필기·면접시험 점수를 반반씩 반영해 고득점자를 합격자로 정한다는 원칙도 어긴 채 계획에 없던 세평(世評) 조회 결과가 채용 여부를 좌우하도록 유도했다. 이 때문에 합격권이던 응시자 3명이 떨어졌다.
채용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40명을 채용할 때는 금감원 출신을 합격시키려고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들은 불합격자로 변경됐고, 금감원 출신 불합격자들은 합격자로 변경돼 최종합격까지 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장에게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 4명을 면직 및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고,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징계가 불가능한 임원 3명의 경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인사 자료를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금감원은 채용과정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블라인드 방식과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을 논의 중이며 올해 안에 후속조치를 마칠 계획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