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MB역공 “서울시장도 전직 대통령 고소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

입력 2017-09-20 11:24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은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고소·고발에 반발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서울시장도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00만 서울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 역시 한가하게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다”며 “이 전 대통령이 자기는 한가하지 않다,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오히려 책임회피”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엄중한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시장은 19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통령이 그런 것들을 보고 받고 지시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이날 발언 역시 둘 사이 공방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국가기관과 사회단체, 언론, 지식인 모든 사람을 동원해서 음해하고 사찰하고 공작했는데 한가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적폐 청산’을 두고 ‘정치보복’이라 반발하는 야권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했던 것”이라며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했고 아직까지 국민적 아픔으로 남아 있는데 국가 근간을 해친 사건을 밝히자는 것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박 시장은 “시민의 여러 가지 말씀도 듣고 조만간 결정할 생각”이라며 “서울시민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그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겠냐는 질문에는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는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안 대표의 출마 여부가 박 시장의 출마 여부 결정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서울 시민들의 삶과 행복을 누가 더 증진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서울의 미래와 경쟁력을 누가 더 확장시킬 수 있는지 그런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