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세계시민상 수상 “촛불로 태어난 대통령…촛불 든 국민께 상 바친다”

입력 2017-09-20 11:11

“이 상을 지난 겨울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바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2017 세계시민상’을 수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 저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다”라며 이 같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중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세계시민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1961년 설립된 미국의 싱크탱크 아틀랜틱 카운슬은 국제협력 및 분쟁해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기관으로, 2010년부터 세계시민상을 재정해 국제사회에서 시민의식을 구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 수여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상소감의 키워드는 ‘촛불’이었다. 문 대통령은 “잘 아시다시피 우리 국민들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며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또 “촛불혁명은 여러 달에 걸쳐 1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의 시민행동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건의 폭력과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은, 완벽하게 평화롭고 문화적인 축제 집회로 진행됐다”며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시련의 연속”이었다며 “우리 국민들은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로 이어지는 고단한 역사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모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국민들의 성취가, 내가 오늘 우리 국민을 대표해 세계시민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공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또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하나씩 되짚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올린 한국 국민들은 그 후 장기간 지속된 군사독재에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전했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상식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강의 기적’ ‘1987년 6월 항쟁’ ‘IMF 외환위기’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 주요사건들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오늘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나는 다시 다짐한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은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나와 우리 국민은 ‘사람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민주주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나는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쓴 대한민국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내가 받는 상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라는 세계인들의 격려와 응원도 담겨 있을 것”이라며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역사를 말씀드렸듯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나서, 대한민국이 이룩한 평화의 역사를 말씀드릴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약속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끝맺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